군 전역 이후, 저는 오랜 시간 집에 틀어박혀 지냈습니다.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고, 시신을 본 순간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기억이 꿈속에서 반복되었습니다. 누구도 이해해 주지 않을 거라 생각했고, 도와줄 사람도 없다고 믿었습니다. 게임과 만화, 애니에 파묻혀 시간을 보내고, 잠을 못 잘 것 같으면 술을 마셨습니다.
기억하는 것 자체가 괴로웠습니다. 왜 굳이 시신과 막말을 하던 늙은 소방관과, 그 날의 사람들을 떠올려야 하는지 원망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영화 스즈메의 문단속을 보게 되었습니다. 재난의 장소와 그 기억을 애도하는 이야기는, 제게 큰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내가 그 장소를 기억하려 했던 행위가 어쩌면 ‘애도’였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되었고, 펑펑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