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반쪽짜리 회복’에 그쳐선 안 된다 제천시의회의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유족의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부쳐

논 평

 

늦었지만 다행이다. 그러나 ‘반쪽짜리 회복’에 그쳐선 안 된다

제천시의회의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유족의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에 부쳐

 

2017년 12월 21일, 29명의 소중한 생명을 앗아가고 수많은 이들의 삶을 송두리째 흔든 12.21 제천화재참사가 발생한 지 8년이 흘렀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제천시의회 본의회에서 <제천시 하소동 화재사고 사망자 유족의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한 것을 우리는 환영한다.

 

그동안 이 문제는 지독한 핑퐁 게임 속에 갇혀 있었다. 충청북도와 충북도의회는 서로 책임을 전가하며 위로금 지급 조례안을 상임위에서 부결시키는 등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재난 피해자 권리의 사각지대를 넘어 안전하고 정의로운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절규하는 동안, 행정은 멈춰 있었고 피해자들은 고통 속에 방치됐다. 충청북도가 해결하지 못한 과제를 제천시의회가 나서서 매듭지으려 하는 이번 시도는, 국가와 지자체가 져야 할 최소한의 도의적 책임을 확인하는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우리는 환영의 뜻과 함께 깊은 우려와 아쉬움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조례는 그 명칭과 내용에서부터 명백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지원은 시혜가 아닌 권리의 보장이어야 한다.

조례안은 위로금 지급을 통해 "유족을 위로하고 지역사회 안정과 통합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 그러나 이것이 단순히 금전적 지원을 통해 과거를 덮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위로금은 사회가 참사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메시지이자, 피해자들의 일상 회복을 돕기 위한 실질적인 발판이어야 한다.

 

둘째, 재난 참사의 교훈을 잊지 않는 계기가 되어야 한다.

제천 화재 참사는 소방시설 점검 및 피난경로 관리 미흡, 비상구 폐쇄, 소방 인력과 장비의 부족, 부실한 현장 지휘와 운영 미숙 등 소방 시스템의 총체적 한계를 드러낸 명백한 인재(人災)였다.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은 단순히 과거의 상처를 덮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그날의 참사를 잊지 않고 더 안전한 사회로 나아가겠다는 약속을 하는 행위다. 충청북도와 제천시는 이번 조례를 근거로 피해자 지원뿐만 아니라, 다시는 유사한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안전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제천시의회와 제천시는 이번 조례 제정을 시작으로, 반쪽짜리 지원이 아닌 모든 피해자를 포괄하는 지원책을 마련해야 한다. 충청북도 또한 뒷짐 지고 물러나 있을 것이 아니라, 제천시의회의 노력에 적극 협력하여 참사의 책임 있는 주체로서 역할을 다해야 한다.

 

우리는 이번 조례가 제천화재참사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는 진정한 마중물이 되기를 바란다. 생존자와 부상자를 포함한 모든 피해자가 존엄하게 회복할 권리를 보장받을 때까지, 우리는 끝까지 지켜보고 피해자들과 함께할 것이다.

 

 

2026년 1월 21일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재난참사피해자연대

(2.18대구지하철화재참사, 4.16세월호참사, 6.9광주학동참사, 7·18공주사대부고병영체험학습참사, 

10·30인천인현동화재참사, 12·21제천화재참사, 가습기살균제참사, 부천화재참사, 삼풍백화점붕괴참사, 

스텔라데이지호침몰참사, 씨랜드청소년수련원화재참사)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메일 kdrcwithus@gmail.com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


ⓒ 2023 all rights reserved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주소 (04559)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

Tel 02-2285-2014

E-mail kdrcwithus@gmail.com

인스타그램 @kdrcwithus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All Rights reserved. SITE BY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