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체적 인재라는 말

다행히 올해 추모식 날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다.

작년 학교에서 추모식을 마치고 충청남도교육청 안전수련원 학생안전체험관을 거쳐 천안공원의 묘에 참배할 때는 우산도 소용없을 정도로 비가 쏟아졌다.

카메라에 빗물 닿는 것보다 신발이 젖는 걸 더 싫어해서 늘 방수처리가 된 신발만 신는 편인데 묘까지 온 학생대표들의 신발은 속절없이 젖는 것이, 그 신발을 신고 다시 학교로 가서 수업을 받아야 하는 것이 쓸데없이 걱정됐다.

2013년 7월 18일 태안의 한 바닷가에서 각각 화학자, 프로파일러, 의사, 회계사, 방송기자의 꿈을 가졌던 다섯 명의 고등학생이 물에서 나오지 못했다. 해병대 훈련을 흉내 낸 병영체험학습 중이었다.

바다가 그들을 삼켰지만 바다의 잘못은 아니었다. 찾아가 본 그 바다는 참사 뒤 세워진 경고 표지판이 없다면 그런 일이 있었으리라고 생각할 수 없는 그저 평온한 바다일 뿐이었다. 왜 군복을 입고 압박감을 느끼며 훈련을 받아야 하는지 이유도 몰랐던 학생들의 잘못도 아니었다.

“학생들로 하여금 공동체 의식을 고양하고 강인한 체력을 향상하여 스스로 인내하고 극기하는 의지를 제고시키고자” 결탁했던 어른들의 잘못이었다.

사고가 나게 된 과정과 이후 처리 과정의 일들을 보면 ‘총체적 인재’라는 말이 부족함 없이 맞아떨어지는 7·18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12년 동안 그 한통속의 부조리를 깨뜨리기 위해, 같은 사고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식들을 잊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싸워 온, 다 알 수도 없는 유가족들의 마음을 또 조금 느꼈다. 학교 안 추모카페 ‘다섯손가락’에서 본, 한 학생이 30년 뒤 자신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 유가족들한테는 얼마나 가슴에 사무칠까.

“평생 앞만 보고 달려 오셨으니 30년 후에는 호강시켜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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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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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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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정택용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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