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의 사과

7.18 공주사대부고 병영체험학습 참사 13주기 추모식에 참석하기 위해 가는 길에 비가 많이 내렸다. 차가 지하차도에 들어서는 순간 비상시 탈출을 위한 안전시설이 설치돼 있는지부터 살펴봤다. 추모식 뒤에는 부천의 한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가는 길에 어느 지하차도를 통과해야 했다. 그곳에는 핸드레일이나 사다리 같은 안전시설이 없었다. 설치 대상이 아닐 수도 있지만 걱정이 됐다.

운전을 하며 비가 오든 오지 않든 지하차도에 들어서면 안전시설을 살펴보게 된 건 3년 전 일어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 뒤부터였다.

7월 15일 7.15오송참사 유가족·생존자협의회, 시민대책위원회와 행정안전부, 충북도, 청주시 등 중앙·지방 정부가 함께 마련한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3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3년 만에야 중앙·지방 정부가 처음으로 추모식에 들어왔다. 유가족들은 3년 만에야 책임 있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의 사과를 들을 수 있었다.

집중호우로 미호강의 임시제방이 터져 흘러넘친 물로 궁평2지하차도가 잠겼다. 차량 17대가 물 속에 갇혀 14명이 죽고 16명이 다쳤다. 3년 동안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오히려 책임을 회피하고 유가족들은 그들의 사과조차 들을 수 없었다. 그런 상태로 3년을 견디는 일이 어떤지 가늠할 수가 없다.

이경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사고 전 평범했던 하루가 이제는 평범하지 않다고 한탄한다. 가족사진을 보는 일도 쉽지 않고 생일이나 명절은 오히려 더 힘든 날이 됐다. 비만 와도 가슴이 철렁한 삶.

6만 톤의 미호강 흙탕물을 온몸으로 맞으며 구사일생으로 지하차도를 빠져나왔다는 생존자는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고통과 혼자 살아남았다는 죄책감, 아직 밝혀지지 않은 진실 앞에서 고통의 시간을 거치며 살고 있다고 말한다.

화가 나는 건 이 죽음과 고통의 원인은 일어나지 않을 수 있던 참사 때문이라는 것이다. 임시제방을 제대로 쌓고 미호강 범람 위험 신호에 걸맞은 대응을 했더라면 이 3년의 일은 없는 일이었다. 그래서 아픔을 딛고 일어선 유가족들의 모든 몸부림은 일어나지 않아야 할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데로 향해 있다. 추모식에서 생존자 대표가 “희생자들에 대한 진정한 애도는 진상 규명이며,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 첫 단추는 책임자들의 처벌”이라고 외친 것도 다시는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몸부림이었다.

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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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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