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톱 하나만이라도

2024년 6월 24일 아리셀공장 3동 2층에서 발생한 배터리 폭발에 따른 화재로 23명이 죽었다. 한국인 5명, 중국인 17명, 라오스인 1명. 정규직 노동자는 3명이었고 나머지는 모두 제조업에서 금지된 불법파견업체 소속 파견노동자였다. 비상구 위치를 몰랐던 이주노동자들은 나오지 못하고 참혹하게 죽었는데 현장 바깥엔 아직도 폭발하며 튀어나온 배터리들이 나뒹굴고 있다.

지난 4월17일 유가족들은 청와대 앞에서 호소했다.

2024년 6월 24일 전에는 정말 몰랐습니다. 머리가 없는, 팔다리가 없는, 형체조차 알아볼 수 없는 숯덩이가 된 가족을 보게 될 줄을 말입니다. 그날의 처참하고도 처참한 심정은 이루 다 말로 표현할 수가 없습니다. 영안실에서 고인을 확인했던 유가족들 중에는 실신한 이들도 적지 않습니다.

아리셀 참사 희생자 23명 가운데 온전하게 수습된 시신은 당시 작업장에서 떨어져 있던 단 1구뿐이라고 한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희생자의 유해 재수색 상황을 보며 아리셀 현장에도 남아 있는 유해가 있을 거라고 믿고 있다. 그래서 1년 10개월이 지나 유해 재수습을 촉구하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2일 유가족들은 수원고등법원 앞에서 울부짖었다.

박순관 아리셀 대표와 아들 박중언 총괄본부장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 1심의 형량을 항소심에서 각각 4년과 7년으로 감형한 바로 뒤였다. 법원 건물을 나오자마자 주저앉아 울부짖었다. 23명이 죽었는데 어떻게 4년밖에 안 되냐고, 23명 목숨이 이것뿐이라는 게 너무 비참하다며 가슴을 치며 울부짖었다.

2주기를 앞둔 유족들의 조끼에는 “아리셀 희생자 유해를 수습해 주십시오”라고 적혀 있고, 두 가지 종류의 피켓에는 “아리셀 참사 희생자 유해를 온전히 수습하라”, “대법원은 박순관을 엄벌에 처하라”라고 적혀 있다. 원통한 마음은 풀어지지 않고 있다.

여기까지 오는 과정에서 유족들은 새롭지 않은 질문을 던진다. 돈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이 죽어도 이렇게 대할 것이냐고.

누구도 아니라고 말할 수 없는 의문도 같이 던진다. 이주노동자라서 차별받는 것 아니냐고. 아리셀 참사 이후에도 이어지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죽음 소식을 보면 대한민국에서 생명의 가치는 여전히 국적에 따라 다르게 매겨지고 있다.

23명의 죽음에 걸맞은 책임을 지게 해 달라는 상식적인 요구, 손톱 하나만이라도 찾게 해 달라는 간절한 요구가 차별에 가려지지 않기를. 5, 17, 1. 숫자와 국적이 아니라 ‘사람’의 일로 기억되기를.

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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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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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사진」, 정택용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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