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다 죽지 않기 위해

김용균이란 노동자가 있었다. 비정규직이었고 청년이었다. 2018년 12월 밤에 홀로 작업하다가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한 상태로 동료에게 발견됐다. 죽기 얼마 전 ‘문재인 대통령, 비정규직 노동자와 만납시다’ 피켓을 들고 찍은 사진이 알려져 많은 사람의 마음을 울렸다. 

김충현이란 노동자가 있었다. 정비기술 경력 10년, 산업현장 경력 28년의 숙련 노동자였다. 역시 비정규직이었다. 2025년 6월 홀로 작업하다가 회전하는 선반에 빨려들어가 사망했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서부발전이 운영하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죽었다. 김용균이 죽었던 일터에서 김충현이 죽었고, 김용균의 어머니와 김용균의 동료들이 모여 울던 장례식장에 김용균과 김충현의 어머니와 김용균과 김충현의 동료들이 모여 울었다.

김용균의 죽음 뒤 수많은 사람들이 싸우고 애써서 28년 만에 부실했던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면 개정되고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 제정됐다. 김용균 특조위는 발전 비정규직 노동자의 정규직화 등 22가지 권고안을 발표했다.

결과는 김용균의 죽음 7년 뒤 김충현의 죽음이었다. 위험업무 2인 1조 작업이라는 가장 기본 안전수칙조차 지켜지지 않았다. 여전히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외쳐야 하고 약속을 지키라고, 제발 좀 지키라고 목놓아야 했다. 이 죽음에 책임 있는 정부 대책을 촉구하며 용산에서 청와대로 옮겨가며 65일간 농성해야 했다. 

지난 6월 2일로 고 김충현 노동자 1주기 추모의 시간이 지났다. 그의 죽음 뒤 투쟁 과정 속에 출범한 ‘발전산업 고용·안전 협의체’에서 김충현의 원청인 한전KPS 비정규직 노동자 전원을 2026년 5월 31일까지 직접고용하기로 합의했음에도 약속은 지켜지지 않고 있다.

1주기 결의대회가 열렸고 청와대까지 행진을 했다. 김용균 때 외쳤던 말을 여전히 외쳐야 했다.

‘위험의 외주화를 멈춰라’

‘일하다 죽지 않게’

청와대 앞에서 이들을 맞이한 건 경찰과 바리케이드였다. 마지막 발언자가 김충현의 영정을 높이 들고 외친 말이 현재 상황을 또렷하게 말해줬다. “1년 전에는 비서실장이 나와 요구안을 받아가고 국회의장, 국무총리가 현장과 빈소를 찾더니 1년이 지나자 우리를 맞이하는 건 경찰 뿐”이라고. 

정부는 2040년까지 석탄화력발전소를 단계적으로 전면 폐쇄한다는 로드맵을 추진하고 있다. 이미 폐쇄된 발전소들도 있다. 그곳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은 어찌 됐을까.

폐쇄를 앞두고 정규직화는커녕 인력 충원도 되지 않아 위험한 업무를 홀로 해야 하는 전국의 발전소 노동자들은, 폐쇄 뒤 고용불안 속에서 살아가야 하는 노동자들은 어떡해야 하나. 이리 쫓기고 저리 쫓기는 비참한 노동자의 삶이다. 

노동자와 시민은 위험의 외주화에 맞서고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하며 이미 끊임없이 움직이고 있다. 정부도 할 일을 해야 한다. 이미 합의한 약속부터 지키는 일이 순서다. 

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이달의 사진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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