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어야만 쉴 수 있는 황유미들

2007년 3월 6일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얻은 백혈병 치료를 받고 속초 집으로 가던 길에 아버지가 몰던 택시 뒷자리에서 숨진 황유미 님. 그의 뼛가루는 울산바위가 보이는 언덕에 뿌려졌다. 억울함을 풀지 못한 아버지 황상기 님의 호소로 시작된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은 삼성이 직업병 문제의 해결에 진정성 있는 자세로 임하기를 요구하며 2015년 11월 삼성 본관 앞에서 ‘방진복 퍼포먼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방진복은 삼성에서 직업병으로 죽어간 노동자 75명을 상징했고 반올림에서 그때까지 파악한 수만 75명이었다.

추모제나 행진 등에서 보게 되는 이 숫자는 갈수록 늘어갔다. 지난 3월 6일은 고 황유미 님의 19주기였다. 이날 현수막에서 본 반도체‧전자산업 산업재해 노동자의 영정은 146명으로 늘어나 있었다. 지난 일 년 간 삼성에서 일하다 직업병과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가 최소 여섯 명이라고 한다. 그 가운데 고 김치엽 님이 있다. 삼성전자에 입사해 1년도 채 다니지 못했다. 극도의 업무 스트레스와 수면장애로 고통받다 쉬지도 못하고 작년 3월 스스로 삶을 멈췄다. 황유미 님의 영정을 고 김치엽 님의 아버지가 들었다. 그것은 김치엽의 영정이었고, 드러난 그리고 드러나지 않은 황유미들의 영정이었다.

그는 말한다.

“황유미라는 이름은 이제 한 개인의 이름이 아니라 중요한 질문이 되었습니다. 일터는 안전한가, 기업은 책임지고 있는가. 그리고 한 사람의 죽음은 어떻게 기억되어야 하는가.”

그는 다짐한다.

“저는 아들의 추모가 단지 눈물로만 끝나길 바라지 않습니다. 다시는 누구도 죽지 않도록 싸우고 싶습니다. 돈 버는 기술만 아는 삼성. 그 잘못된 풍토, 비인간적인 태도를 바꾸고 싶습니다.”

아파도 쉴 수 없고, 노동환경의 안전을 의심받고, 고위험 업무로 인한 산재를 부인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기업이 ‘가장 입사하고 싶은 대기업’ 1, 2위를 다투는 이 모순의 간극. 이 틈을 메우려면 막대한 이윤 뒤에 노동자들의 피와 땀, 죽음이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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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정택용 사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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