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가당찮은 비상계엄을 선포한 자가 파면됐다. 긴 겨울이 지나갔다. 언론에 법정 이름 뒤 괄호 속에서나 존재하던 법관의 이름이 겉으로 드러나게 됐고, 헌법재판관들의 이름은 물론 앞으로 헌법재판관이 될 사람들의 이름까지 줄줄이 외우게 됐다. 한편으로 허술한 헌법 체계를 보면서 다시금 묻게 된다. 국가란 무엇인가.

세월호 참사 뒤에도, 이태원 참사 뒤에도. 심지어 30년이 지난 삼풍백화점 참사 유족의 말을 며칠 전 들은 뒤에도 국가의 역할을 기대했던 참사 뒤에는 늘 같은 의문이 이어졌다. 국가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런 의문들이 모이고 쌓여 우리는 지난 겨울을 맞이했던 건 아닐까. 봄이 왔다. 스텔라데이지호가 남대서양에 가라앉은 날도 여덟 번째 왔다. 아직 돌아오지 못한 2등 항해사 허재용 씨의 물건은 생각보다 적었다. 세월호 참사 뒤 단원고 학생들의 방과 유품을 나눠 찍을 때도 물건이 너무 적었다. 그때는 더 많은 날을 살지 못하고 가느라 물건도 적구나 싶어 안타까웠지만 허재용 씨의 경우는, 물건을 정리했을 가족의 마음은 헤아리기도 어렵다. 8주년 추모기도회 때 숫자 8을 눕히면 무한대를 뜻하는 기호라며 무한대의 연대를 고마워하고 바라던 마음 정도만 알 듯하다.

항해가 없는 봄날이면 그도 고향 춘천의 벚꽃을 좋아하지 않았을까 하는 얄팍한 생각으로 3등 항해사 시절 명찰을 벚꽃 속에 올려놔 봤다. 국가가 무엇인지는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지만, 가족의 바람은 단순하고 분명하다. 4개월을 거리에서 버틴 시민의 바람 중 하나는 일상의 회복이었다. 일상이 깨진 지 8년. 9년, 10년은 되지 않도록 막아야 하는 것이 국가의 역할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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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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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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