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려내라’는 말

방콕을 출발해 무안국제공항으로 향하던 승객들이 착륙하지 못하고 다시 하늘로 올라간지 1년이 넘었다. 한 생명이 하나의 우주와 같다면 179개의 우주만도 아득한데 이어진 삶들까지 생각하면 절대 헤아릴 수 없는 이야기다.

많은 죽음들을 지켜보면서 ‘살려내라’는 말도 많이 들었다. 대개는 죽기 이전의 상태로 돌려내라는 뜻은 아니었다. 진상을 밝히고 억울함을 없애 남아 있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 죽은 자를 오롯이 자리잡게 만들라는 요구였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도 추모사에서 그런 뜻을 말했다.

“유가족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단 하나입니다. 179분이 모두 다시 살아 돌아오는 것, 이 모든 일이 일어나지 않았던 순간으로 되돌아가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그래서 그 단 하나만을 제외한 모든 것, 유가족에 대한 일상적인 돌봄, 최소한의 생존권 보장, 수많은 유언비어와 2차 가해로부터의 보호는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 모두가 함께 약속해 주실 수 있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이어진 1년 전 12월 29일의 입국 과정을 재구성한 추모 공연을 보면서,

호명된 179명의 이름을 들으면서 유가족들은 온몸을 들썩이며 절절하게 부르짖었다.

살려내라. 살려내라. 살려내라.

정말로 살려내라는 절규였다.

누구를 향한 절규였는지는 모르겠다. 옆에서 국회의장이 울먹이고 국무총리가 참담한 표정으로 보고 있어도 들어줄 수 없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살려내라고 울부짖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논란의 대상, 로컬라이저가 설치된 활주로 끝 콘크리트 둔덕 근처엔 1년이 지났어도 파편들이 많이 남아 있었다. 179명의 흔적이라고 생각하니 땅을 밟는 것조차 조심스러웠다. 유가족들이 주위를 돌아다니며 땅바닥을 살펴본다. 충격으로 무너진 둔덕 위에도 올라본다. 가족이 두세 명씩 죽어간 현장이 아직도 이런 모습인데 살려내라는 말이 정말로 살려내라는 말이 아니고 다른 무엇일 수 있을까.

대통령실이 있던 용산에서 일인시위를 마치고 머물던 비정규노동자의집 꿀잠으로 돌아온 유가족과 저녁을 먹던 자리. 용산 참사는 어떻게 됐냐고 물어본다. 망설이다 “아버님 경우와 마찬가지로 아직까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라고 답할 수밖에 없었다. 되풀이되고 있어도 다른 길은 없다. 이런 일은 다시는 없어야 한다.

사진을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이달의 사진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 재난피해자권리센터의 저작물로, 이용할 경우 출처를 반드시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 출처는 다음과 같이 명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예)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정택용 사진가


이달의 사진 전체보기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메일 kdrcwithus@gmail.com

주소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


ⓒ 2023 all rights reserved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4·16재단 부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주소 (04559) 서울특별시 중구 창경궁로 6, 부성빌딩 7층

Tel 02-2285-2014

E-mail kdrcwithus@gmail.com

인스타그램 @kdrcwithus

ⓒ 재난피해자권리센터 All Rights reserved. SITE BY 산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