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은 만병통치약이 아님을

25주기였던 작년에 이어 올해도 배가 떴다.

인천항에서 출항해 팔미도 쪽으로 가는 길 11번 부표.

인현동 화재 참사로 삶을 잃은 많은 학생들이 잠들어 있는 곳.

5년마다 배를 띄웠지만 여느 참사와 마찬가지로 점점 잊혀지는 것처럼 느꼈을까.

26주기를 맞이한 날 다시 배를 띄웠다.

인천대교 밑을 지나 11번 부표가 가까워지면 뱃마루로 나가 울음을 삼키는 유족들.

그 속에 참사 당일 아르바이트 노동자였다는 이유로 보상에서 제외된 고 이지혜 학생 어머니의 통곡. 자식의 명예를 되살리는 길이 험난하다.

억울함은 가시질 않고 분노할 일은 아직도 일어난다.

세월이 26년 쌓여도 슬픔이 무뎌지기엔 부족한 시간.

내내 담담하던 얼굴이, 마음도 그럴 거라고 잘 알지도 못하면서 착각했던 얼굴이

추모비에 새겨진 자식의 이름으로 다가서며 끝도 없이 무너지는 순간,

들리는 듯했다.

툭.

짐작만으로는 알 수 없는 그 깊은 슬픔.

우리는 왜 1년마다 그리며 생각할 수밖에 없는가

슬픔은, 그리움은 언제나 안개처럼 곁을 감싸고 있는데.

기획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지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진·글 정택용

일하는 사람들의 땀과 생태를 위협하는 인간의 탐욕에 관심이 많은 사진가.

대추리나 제주 강정, 밀양, 용산과 더불어 숱한 노동현장에서 이 나라엔 대접 받는 1등 국민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의문을 품고 사진을 찍는다.

2010년 기륭전자 비정규직 투쟁 1,895일 헌정사진집 『너희는 고립되었다』를 냈고,

2014년 ’밀양구술사프로젝트팀'이 쓴 『밀양을 살다』속 밀양 주민 16명의 사진을 찍었다.

2016년 고공농성과 한뎃잠을 담은 사진집 『외박』을 냈다.

이달의 사진

'재난피해자권리센터'는 사진과 글을 통해 한국 사회에서 발생한 재난과 재난피해자의 흔적, 삶의 이야기를 기록하고 전합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재난피해자의 권리에 대해 함께 생각하고 기억하며, 재난피해자 곁에 머무는 작은 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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