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 1주년을 맞는 특별강좌의 마지막 강의는 <국제인권법과 재난피해자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황필규 변호사님이 책임져 주셨습니다.
인권이란 사람을 바라보는 것
저는 다양한 활동을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국제기업감시활동이었습니다. 한번은 필리핀 내 한국기업으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3시간에 걸쳐 인터뷰해 발생한 사건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간 동료에게 혹시 궁금한 게 더 있냐고 물었습니다. 동료가 한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부당행위를 당했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 마음이 들었습니까?”
제 얼굴이 뻘겋게 달아 올랐습니다.
“타인의 권리를 부정하는 자는 그 권리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는 누가 했던 말일까요?
에브라함 링컨이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 미국의 여성은 정신병원의 남성 환자보다 적은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투표할 수 없고 배심원, 증인, 공무원, 대학생, 변호사가 될 수 없었고, 혼인한 여성에게 계약 체결, 재산, 소유, 상속, 소득활동 혹은 투자, 자녀에 대한 자동적 권리 등은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이런 불일치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사람의 범주에서 여성은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권은 사실관계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고, 기존의 목록을 넘어서는 인권은 처음에는 다 불법이고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는 게 예외가 아니라 원칙으로 통용되곤 합니다.

재난과 인권
제가 재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습니다. 재난이 인권의 의제가 아님에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세월호 참사 현장에 달려갔던 게 제가 재난피해자의 인권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된 계기이자 실천이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재난에 인권의 관점을 반영하기 시작한 계기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였습니다.
재난과 인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재난피해자는 상실, 고립, 분노, 불신, 공포, 고통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경험하게 되고, 재난 상황에서 다중적 취약성에 노출되게 됩니다. 재난피해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것이지요.
두번째 피해자들은 피해자간의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생태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극한적인 상황에서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상황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피해자의 피해 상황 및 피해자에 대한 이해, 인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피해자다움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세간의 편견, 인식 역시 재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재난 관련 국제기준 및 원칙
재난 관련한 가장 권위있는 논의는 재난위험경감을 위한 회의의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센다이 프레임워크임(2015-2030)가 중심축입니다. 이외에도 자연재난 상황에서이 사람의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인(2011), 유엔국제법위원회-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규정 초안 및 해설(2016), 유엔 총회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문서, 유엔인권기구의 권고와 보고서 등이 참고할만한 중요한 문서입니다.
이 문서들은 인권에 기초한 접근, 피해자 중심의 접근, 인도적 원칙 등에 근거합니다. 이 원칙들은 권리 주체와 의무 주체를 구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들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쉽지 않은 일이고, 피해자가 권리 주체라는 관점은 결여되기 쉽습니다.
국내에서는 2024년에 제정된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재난피해자 권리를 명시한 최초의 법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을 계기로 좀 더 피해자의 권리가 법제화 될 것을 기대해보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피해자의 권리
“엄청난 피해에 대한 반응으로써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이들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이러한 감정이 좀더 확산되고 폭력적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2016년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한국방문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재난피해자에게 중요한 것, 가장 강조되는 권리가 바로 알권리, 의견개진, 참여, 집회결사의 권리입니다.
“입증이 당사자국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달려 있는 경우, 위원회는 당사국이 충분한 증거와 설명을 제공하여 반박하지 않으면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2009년 유엔자유권위원회가 재난 상황에서 구조, 대피 등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것을 강조한 견해입니다.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서 사건을 최초 인지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침해의 가해자를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의무 위반으로 국제인권법에 대한 별도의 침해를 구성할 수 있고 침해의 재발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 되는 요소다.”
2023년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담긴 말입니다. 불과 두줄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책임자의 처벌이 권리이자 의무라는 매우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외에도 널리 전파된 △진실에 대한 권리, △배보상 등 구제에 관한 권리, △의식주, 교육, 재산, 건강 등에 대한 권리 역시 재난피해자에게 보장되어야할 중요한 권리이자 국가의 책임입니다.

황필규 변호사님의 강의는 다음 말을 인용하면서 끝났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시스템에 대해 의식하고 그것을 함께 상상하며 일한다면, 아마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대적 전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것이 코로나 19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며 가져온 상처, 고통, 죽음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중요한 한 방식이다.”(Stephanie Draper, Chief Executive, Bond 2020)
우리에게 재난은 어떤 의미일까요? 재난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것, 재난을 애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개소 1주년을 맞는 특별강좌의 마지막 강의는 <국제인권법과 재난피해자의 권리>라는 제목으로 황필규 변호사님이 책임져 주셨습니다.
인권이란 사람을 바라보는 것
저는 다양한 활동을 했었는데 그 중 하나가 국제기업감시활동이었습니다. 한번은 필리핀 내 한국기업으로부터 부당행위를 당한 외국인 노동자들을 3시간에 걸쳐 인터뷰해 발생한 사건을 확인했습니다. 인터뷰를 마치고 함께 간 동료에게 혹시 궁금한 게 더 있냐고 물었습니다. 동료가 한가지 질문을 했습니다.
“부당행위를 당했을 때 당신은 어떤 생각, 마음이 들었습니까?”
제 얼굴이 뻘겋게 달아 올랐습니다.
“타인의 권리를 부정하는 자는 그 권리를 향유할 자격이 없다”는 누가 했던 말일까요?
에브라함 링컨이 했던 말입니다. 하지만 그 시기 미국의 여성은 정신병원의 남성 환자보다 적은 권리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성은 투표할 수 없고 배심원, 증인, 공무원, 대학생, 변호사가 될 수 없었고, 혼인한 여성에게 계약 체결, 재산, 소유, 상속, 소득활동 혹은 투자, 자녀에 대한 자동적 권리 등은 모두 불법이었습니다. 이런 불일치가 가능했던 것은 당시 사람의 범주에서 여성은 제외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렇듯 인권은 사실관계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것이고, 기존의 목록을 넘어서는 인권은 처음에는 다 불법이고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받는 게 예외가 아니라 원칙으로 통용되곤 합니다.
재난과 인권
제가 재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세월호 참사였습니다. 재난이 인권의 의제가 아님에도 뭔가 해야할 것 같은 마음에 세월호 참사 현장에 달려갔던 게 제가 재난피해자의 인권에 대해 처음 생각하게 된 계기이자 실천이었습니다. 국제적으로 재난에 인권의 관점을 반영하기 시작한 계기는 2004년 인도양 쓰나미였습니다.
재난과 인권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재난 피해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합니다. 먼저 재난피해자는 상실, 고립, 분노, 불신, 공포, 고통 등 다양한 감정과 상황을 경험하게 되고, 재난 상황에서 다중적 취약성에 노출되게 됩니다. 재난피해자의 시간은 다르게 흐르는 것이지요.
두번째 피해자들은 피해자간의 관계 형성의 어려움을 경험하게 됩니다. 전혀 다른 생태계에서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 극한적인 상황에서 결정과 판단을 내리는 상황들에 직면하게 됩니다. 피해자의 피해 상황 및 피해자에 대한 이해, 인식이 필요한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피해자다움을 이해하고 이에 대한 세간의 편견, 인식 역시 재구성될 필요가 있습니다.
재난 관련 국제기준 및 원칙
재난 관련한 가장 권위있는 논의는 재난위험경감을 위한 회의의 결과물입니다. 지금은 센다이 프레임워크임(2015-2030)가 중심축입니다. 이외에도 자연재난 상황에서이 사람의 보호에 관한 IASC 운영 가이드라인(2011), 유엔국제법위원회- 재난 상황에서의 사람의 보호에 관한 규정 초안 및 해설(2016), 유엔 총회 및 유엔인권이사회의 문서, 유엔인권기구의 권고와 보고서 등이 참고할만한 중요한 문서입니다.
이 문서들은 인권에 기초한 접근, 피해자 중심의 접근, 인도적 원칙 등에 근거합니다. 이 원칙들은 권리 주체와 의무 주체를 구분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원칙들을 현장에서 적용하는 쉽지 않은 일이고, 피해자가 권리 주체라는 관점은 결여되기 쉽습니다.
국내에서는 2024년에 제정된 10.29이태원참사 특별법이 재난피해자 권리를 명시한 최초의 법률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법을 계기로 좀 더 피해자의 권리가 법제화 될 것을 기대해보는 것이지요.
구체적인 피해자의 권리
“엄청난 피해에 대한 반응으로써 그들의 슬픔과 분노를 표현하는 이들을 저지하거나 방해하는 것은 이러한 감정이 좀더 확산되고 폭력적일 수 있는 형태로 발전할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2016년 평화로운 집회와 결사의 자유에 대한 권리에 관한 유엔 특별보고관의 한국방문보고서에 담긴 내용입니다. 재난피해자에게 중요한 것, 가장 강조되는 권리가 바로 알권리, 의견개진, 참여, 집회결사의 권리입니다.
“입증이 당사자국만이 접근할 수 있는 정보에 달려 있는 경우, 위원회는 당사국이 충분한 증거와 설명을 제공하여 반박하지 않으면 혐의가 입증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2009년 유엔자유권위원회가 재난 상황에서 구조, 대피 등에서 피해를 최소화하는 것이 국가의 책무라는 것을 강조한 견해입니다.세월호 참사, 가습기살균제 참사, 이태원 참사 등에서 사건을 최초 인지했을 때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것을 우리는 너무 잘 알고 있습니다.
“침해의 가해자를 법으로 처벌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국가의 의무 위반으로 국제인권법에 대한 별도의 침해를 구성할 수 있고 침해의 재발에 있어 중요한 원인이 되는 요소다.”
2023년 진실, 정의, 배상, 재발방지에 관한 유엔특별보고관 보고서에 담긴 말입니다. 불과 두줄에 불과한 내용이지만 책임자의 처벌이 권리이자 의무라는 매우 중요한 원칙을 제시합니다.
이외에도 널리 전파된 △진실에 대한 권리, △배보상 등 구제에 관한 권리, △의식주, 교육, 재산, 건강 등에 대한 권리 역시 재난피해자에게 보장되어야할 중요한 권리이자 국가의 책임입니다.
황필규 변호사님의 강의는 다음 말을 인용하면서 끝났습니다.
“우리가 원하는 시스템에 대해 의식하고 그것을 함께 상상하며 일한다면, 아마도 우리가 필요로 하는 시대적 전환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나에게 이것이 코로나 19가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가며 가져온 상처, 고통, 죽음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중요한 한 방식이다.”(Stephanie Draper, Chief Executive, Bond 2020)
우리에게 재난은 어떤 의미일까요? 재난피해자의 권리를 옹호한다는 것, 재난을 애도한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누구를 위한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