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개소 1주년 특별강좌 - 2강: 재난서사와 모두의 안전권

2025-02-21

재난서사란 무엇일까요? 재난서사란 재난을 어떻게 정의하고 해석하는가에 대한 이야기, 사회적 담론을 의미합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에서는 어떤 재난서사가 만들어져 왔을까요? 그리고 이 재난서사는 안전권과 어떤 연관성을 갖고 있을까요? 이 궁금증에 답하기 위해,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배우고 일하고 있는 시민이 한자리에 모였습니다. 

<재난서사와 모두의 안전권>을 주제로 한 오늘의 강사는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입니다. 

  

이태원에서의 국가주의 재난서사

전주희 선생님은 이태원 참사 초기에, 국가에 의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강력한 서사가 형성되었다고 분석합니다.

첫 번째, 재난의 사사화. 참사 초기부터 광범위하게 유포된 “놀다가 죽었다”라는 말은, 구조적인 참사의 문제를 개인의 문제이자 개인의 운명으로 전가합니다. 이 서사는 이태원참사에서 가장 오래, 강력하게 남을 서사로, 이 서사를 어떻게 바꾸느냐가 이태원 참사의 가장 중요한 과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애도의 의료화. 전 국민의 트라우마를 관리해야 한다는 태도로, 참사 다음 날부터 방송을 통해 전국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합니다. 이는 재난으로 시민들이 큰 심리적 고통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애도를 심리치료의 문제로 한정하면서 정치적으로 침묵을 강요하는 기제로 활용됩니다.

세 번째, 재난의 자연화. 주최자가 없는 행사라는 담론으로, 재난은 인간의 힘으로 예방하기 어려운, 불가피한 사건이라는 인식을 강화해 왔습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그동안 다양한 사고조사 보고서를 쓰면서 진상규명 활동을 해왔던 전주희 선생님은 사고조사 보고서를 쓰면 쓸수록 진상규명을 위해서는 사건 자체에 대한 규명뿐 아니라 재난을 둘러싼 서사를 형성하고, 바꾸는 것이 더욱 근본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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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전주희, 2024, "10.29 이태원, 재난은 어떻게 서사화되었나") 


 한국의 국가주의 재난서사

전주희 선생님은 이태원의 재난서사는 그동안 발생한 수많은 다른 재난에서 형성된, 국가에 의해, 국가의 정당성을 수호하고 재생산하는 방향으로 광범위하게 형성되어 온 ‘국가주의 재난서사’와 같은 특성을 공유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렇다면 한국에서의 국가주의 재난서사는 어떤 특성이 있을까요?

우선 재난의 희생양을 만들어서 재난을 사사화하거나 사소화합니다. 재난의 책임을 단순화하고 특정한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것이지요. 세월호참사를 세월호 선장의 책임으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를 기관사의 책임을 묻게 되는 것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두 번째, 1인칭 중심의 피해서사입니다. 복잡하고 다양한 원인을 드러내기보다는 개인의 고통, 이해할 수 없는 가해자에게 초점을 맞추게 함으로써 재난에 대해 광범위한 설명(구조의 문제)을 해내야 할 필요성에서 면책시킵니다. 이는 나아가 피해와 가해의 위치를 전도시키기도 합니다. 재난을 국난으로 보면서 국난 극복을 위해서는 국가를 중심으로 모여야 한다는 것이지요. 또는 언제까지 국가가 피해자에게 끌려다녀야 한다는 반발이기도 합니다.

세 번째, 재난의 온정주의적 접근을 통한 온정주의 권력의 강화입니다. 대표적인 게 성금모금입니다. 타인에 대한 취약성과 온정을 도덕적 의무로 강제하면서 재난이 발생하면 굉장히 빠르게 국가주의적 모금활동이 시작됩니다. 이 역시 재난을 국난으로 위치시키려는 행위이기도 합니다. 재난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와 인식은 국가 중심의 ‘안전담론’으로 수렴되는 경향을 보이기도 합니다. 일례로, 대구지하철 화재참사 이후 재난에 대한 국민성금이 몇 백 억대로 훌쩍 뛰었는데, 한국사회에서 재난에 대한 안전담론은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기점으로 구분되거든요.

여기서 주목할 것은 세월호참사 이후부터 성금 중심의 온정주의적 접근이 깨지고 있다는 겁니다. 이 균열은 피해자들의 목소리 때문이기도 하고, 국가세금 및 국민성금으로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에 대한 반발(이 반발은 피해자에 대한 혐오에 기인하는 경향도 있습니다) 때문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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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생명정치와 애도의 등급화

한편 국가주의 재난서사는 현대에 이르러 변화하고 있습니다. 이 원인을 전주희 선생님은 신자유주의 생명정치와 애도의 등급화에서 찾습니다. 

널리 아시는 바와 같이 국가주도의 피해자 비난 혐오가 적극적으로 유포되었습니다. 또한 국가가 참사 수습을 통한 국민 통합의 주체가 아닌 피해자의 위치를 탈취하게 됩니다. 이태원 참사에서 ‘놀다가 죽었는데 왜 국가가 책임져야 하냐?’ ‘국민의 세금으로 왜 지원해야 하나’라는 식의 비난을 국가의 위치에서 수행하게 된 게 대표적입니다. 어떤 죽음은 애도받을 가치가 없다는 인식 역시 주요한 원인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렇게 강력한 ‘국가주의 재난서사’ 앞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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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는 청중들 ‘사이’에서 받아들여진다는 점에서 청중들이 서사 사이의 빈틈(오류나 불일치하거나)을 만들거나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이것을 무시하는 것은 매우 중대한 실수입니다.

그리고 있는 사실을 중심으로 개연성 있는 시민사회의 독립적인 진상규명을 활동과 보고서를 써야합니다. 파편적이고 부분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참사의 사실들을 피해자의 위치에서 묶어내는 작업이 진상규명의 가장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례로 산업재해는 다양한 형태로 사고조사 보고서를 써왔습니다. 그러면서 산업재해에 대한 서사를 만들어왔습니다. 이와 같은 방식으로 재난에 대한 서사 역시 만들어질 수 있고, 이는 국가주의 재난서사에 대한 대항서사, 모두를 위한 안전권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사회에서 민주주의의 의제는 확장됐지만 재난은 늘 민주화의 범주 바깥에 위치해 왔습니다. 그런 역사 때문에 재난 사회운동은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라는 과거 폭력-민주화 서사를 원용하고 그런 차원에서만 운동이 진행되어 온 한계가 있었습니다.

오늘의 강의는 한 발 더 내딛기 위해 한국의 재난 사회운동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 대한 무한 상상력을 일깨운 자리였습니다.

  

3강은 <젠더와 재난피해자>라는 주제로 정원옥 선생님이 바통을 이어받아 우리의 상상력을 일깨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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