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이거 우리 아이 옷이에요"… 무안공항 마대자루 속에 방치된 2026년의 '난지도'

2026-03-27

익숙해질 수 없는 참혹함, 무안으로 향한 발걸음

현장에서 마주하는 ‘익숙함’은 때로 가장 무서운 적이 되곤 합니다. 일이 손에 익는다는 안도감 뒤로, 누군가의 삶이 조각난 참혹함에 무뎌질까 두려워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무안공항 잔해물 보관 개선 작업 현장은 결코 익숙해질 수도, 무뎌져서도 안 되는 국가의 부끄러운 민낯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습니다.

잔해물 속에서 대량의 유해와 유류품이 발견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을 때부터, 마음은 무안공항에 가 있었지만 도통 짬을 낼 수 없어 애를 태우다, 다행히 일정이 조율된 지난 3월 20일 드디어 무안으로 향했습니다. 2월 12일부터 시작된 잔해물 보관 개선 작업 과정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가족들로부터 거의 매일 소식을 듣고 있던터라 현장이 만만하지 않겠구나 마음먹었음에도, 직접 마주한 광경은 너무 처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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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달여간 가족들은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현장에서 직접 65점의 유골과 수천 점의 유류품을 수습해야 했습니다. 특히 2월 말부터 희생자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해가 잇따라 발견되더니, 3월 12일 조사에서는 오전에만 7점, 이후 조사까지 포함해 하루에만 총 24점의 유해가 추가로 발견되는 비극이 이어졌습니다.  사고기 잔해를 보관하던 마대자루와 공항 담벼락 외곽 등지에서는 주인 잃은 휴대전화와 소지품 수백 점이 먼지 속에 방치되어 있었습니다. 유가족의 동의도 없이 유류품을 마대에 담아 내팽개치고 정밀 수색조차 하지 않았던 초기 수습의 부실함이 드러날 때마다, 국가의 책임에 대한 비판은 거세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2026년에 재현된 30년 전의 야만, 난지도의 비극을 떠올리다

그 현장을 지켜보며 저는 30여 년 전 삼풍백화점 붕괴참사 당시의 비극을 떠올렸습니다. 잔해를 난지도에 부려버리는 바람에 가족들이 며칠 낮을 호미와 삽, 곡괭이를 들고 쓰레기 더미를 뒤지며 유품을 찾아야 했던 그 야만의 역사가, 2026년 오늘 이곳에서 똑같이 재현되고 있었습니다. 재난관련 일을 10여년 넘게 해오고, 삼풍백화점 붕괴참사와 관련한 논문을 썼으면서도 설마 그런 참혹한 광경을 30년 후인 시점에서 제가 직접 목격하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오늘 새롭게 수습된 유류품을 살피던 한 유가족은 “이거 우리 아이 옷이에요...”라며 다 타버린 천 조각을 어루만지다 끝내 주저앉아 통곡을 터트립니다.  어머님의 등을 토닥이며 쓸어내리다,  저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유가족을 앞에 두고 주책없이 쏟아지는 눈물을 어떻게 해야하질 몰라 난감했던 시간들.
늦은 밤 집에 돌아와서도 수천 점의 유류품이 줄지어 늘어선 그 장면과 그 울음소리가 잊히지 않아, 주말 내내 마음앓이를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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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일을 계속하려면 감정을 덜어내고 무던해져야 한다고들 말합니다. 저 역시 후배들에게 그렇게 말하곤 하지요. 그리고 스스로 많이 무던해졌다 여겼습니다.
하지만 현장에서 매일같이 이 참상을 온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가족들의 고통을 생각하면, 감정을 덜어내는 것조차 오늘은 사치처럼 느껴집니다. 


철저한 유해 수습과 책임자 처벌, 이제 국가가 답해야 할 때

이제는 국가가 답해야 합니다. 

국가는 즉각 총력을 다해 남은 유해와 유류품 수습에 나서야 합니다. 또한 이런 의도적이고, 고의적인 방치와 부실 수습을 초래한 책임자를 찾아내 반드시 엄중하게 처벌하기를 강력히 촉구합니다. 

가족들의 눈물이 멈추는 날까지, 이 현장의 진실이 묻히지 않도록 곁에서 함께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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