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2026 '참사와 서사' 수업 참관기 ②12.29무안공항 제주항공여객기 참사 유가족 김린이님

2026-03-27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와 청강문화산업대학교가 함께하는 <참사와 서사> 수업의 세 번째 만남이 지난 24일 진행되었습니다. 이번 수업은 12.29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참사로 부모를 잃은 20대 청년 유가족 린이(가명)이 교실을 방문해 학생들과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졌습니다.

이번 만남은 학생들이 사전에 조사한 참사 관련 내용을 발표한 후, 린이 님과 자유롭게 질의응답을 주고받는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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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님 없는 승진과 번아웃, 일상 곳곳에 남은 그리움의 흔적

린이 님은 사고 당일의 긴박했던 상황과 차마 입을 떼지 못했던 고통스러운 기억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평온했던 일상이 단숨에 무너져 내린 그날, 부모님의 사고 소식을 접하고도 연로하신 할아버지께 이 비극을 어떻게 전해야 할지 몰라 차마 말씀드리지 못했던 순간의 막막함은 듣는 이들의 가슴을 아프게 했습니다.

참사 이후 린이 님은 마음의 고통을 잊기 위해 2주 만에 회사에 복직해 일에만 몰두했습니다. 하지만 승진을 해도 자랑할 부모님이 계시지 않다는 사실에 큰 상실감을 느꼈고, 결국 번아웃이 찾아와 현재는 휴직 중이라는 근황을 전했습니다. 부모님의 빈자리는 일상의 모든 순간에 스며들어 있었습니다. 평소 부모님과 통화하던 출퇴근길이 힘겨워 대중교통 대신 택시를 이용해야 했고, 호남선 종점인 '목포'라는 글자나 안내 방송만 들어도 가슴이 내려앉는 트라우마를 겪고 있습니다. 부모님이 보고 싶을 때면 추모 프로필로 전환된 카톡 창에 일주일에 한두 번씩 자랑하고 싶은 일들을 남기며 여전히 대화를 이어가고 있다는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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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이 님은 남겨진 동생에게 든든한 의지가 되어주고 싶은 마음이 간절하지만, 자매 사이에서도 슬픔을 견뎌내는 방식이 달라 겪게 되는 어려움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각자가 상실을 소화하는 속도와 방법이 다르기에, 서로를 아끼면서도 그 간극을 메워가는 과정이 또 하나의 커다란 삶의 과제임을 고백했습니다.

쓰레기처럼 방치된 유류품, 그리고 국가의 무책임한 뒷모습

현재 피해자들은 참사의 원인 규명을 위해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린이 님은 유해와 유류품이 마대자루에 담겨 방치되는 등 '쓰레기 취급'을 받았던 비인도적인 상황을 전하며 국가의 무책임한 태도에 깊은 상처를 입었음을 토로했습니다. 또한 참사가 지역적·정치적 이슈로 치부되거나 "보상금을 다 받고 끝난 것 아니냐"는 차가운 시선, 온라인상의 악의적인 댓글들이 유가족들에게 2차 가해가 되고 있는 현실을 생생하게 전달하며 사회의 지속적인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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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슬픔이 서로의 용기가 되기까지

린이 님의 용기 있는 고백에 학생들도 마음의 문을 열었습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 중에는 자신 또한 소중한 이를 잃은 동일한 상실의 경험이 있음을 밝히며 깊은 유대감을 표현했습니다. 순간 교실은 울음바다가 됐습니다. 학생들은 "나도 비슷한 아픔을 겪었기에 이야기가 남 일 같지 않았다"고 공감하며, 국가 기관의 대응 부재에 대해 어이가 없었다는 분노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모습이 담담하고 어른스럽게 느껴져 존경스럽다"는 마음과 함께, 창작자로서 이 사건이 잊히지 않도록 기록하고 기억하겠다는 다짐을 전했습니다.


센터의 '무모한 도전'이 '무한한 공감'이 되기를

부모를 상실한 20대 청년이 또래인 20대 학생들을 만나는 자리가 혹여나 서로에게 상처가 되지 않을까 우려되어, 섭외 과정부터 당일 수업까지 긴장의 연속이었던 이번 '도전'은 다행히 따뜻한 연대 속에 잘 마무리되었습니다.
린이 님은 수업을 마치며 "이런 자리가 마련된 것 자체가 매우 뜻깊었다"고 소감을 밝혔으며, "다음에도 또 이런 기회가 있다면 언제든 불러달라"는 당부와 함께 미소로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이처럼 이번 수업은 우리 사회에서 잘 보이지 않던 '20대 유가족'의 목소리를 가시화하고, 예비 창작자들에게 참사를 바라보는 새로운 윤리적 태도를 심어준 소중한 기회가 되었습니다.

3월 31일로 예정된 수업에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유가족인 김영주님이 참여해주실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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