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제2회 신진연구자 포럼 현장을 전합니다

2025-10-24


  지난 10월 22일,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재난피해자권리센터에서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와 함께 신진연구자 포럼을 개최했습니다.  '제도화되지 않는 애도와 치유'를 슬로건으로 한 이번 포럼에서는, 연구와 현장을 넘나드는 진솔하고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졌답니다😊🙌


 


  행사 평가 설문조사에, 신진연구자 포럼이 재난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의 네트워크 장이자 피해자와 활동가, 연구자들이 서로 연결되는 자리로 지속되면 좋겠다는 의견들이 나왔는데요🙂 소중한 의견을 토대로 센터에서는 신진연구자들이 피해자 중심의 관점으로 재난과 참사를 연구하고, 현장의 실천과 함께 그 목소리를 사회에 이어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교류의 장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제2회 신진연구자 포럼을 함께 기획하고 운영한 기획단 윤보영 연구자님의 글을 통해, 즐겁고 뜻 깊었던 포럼 현장을 전합니다~!




제2회 재난참사 신진연구자 포럼 ‘제도화되지 않는 애도와 치유’


 윤보영(제2회 신진연구자 포럼 기획단)


  10월 22일, 별들의 집에서는 ‘제도화되지 않는 애도와 치유’라는 주제로 제2회 신진연구자 포럼이 진행되었습니다. 작년에 이어서 두 번째로 열린 신진연구자들의 자리인 만큼, 정형화되지 않은 언어와 태도로 연구와 현장 사이를 오가는 진지한 발제들이 이어졌습니다. 포럼 주제가 말하는 것처럼, 연구자들과 활동가들의 진지한 토론으로 시작되는 논의가 ‘제도가 채 포착하지 못한 애도의 결’을 함께 들여다볼 수 있는 시작이 되기를 기대하였습니다.

 

 


  개회에서는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이 “재난 피해자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며, 이번 포럼이 피해자들의 경험을 사회 속에서 기억하고 실천하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했습니다. 이어 송해진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특별법 제정과 조사 활동은 시작일 뿐 끝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과거의 경험을 통해 알고 있습니다. 오늘 이 포럼이 특별법 너머의 과제들을 함께 성찰하는 시간이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전하며, 제도화된 절차가 담아내지 못한 애도의 과제를 함께 고민할 것을 제안했습니다.

 



 


  세션 1 ‘젠더로 읽는 재난참사’에서는 삼풍·세월호·기후위기를 축으로 재난 기억과 책임의 서사를 젠더 관점에서 재구성했으며 4.16연대 류현아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했습니다. 길혜민 연구원은 삼풍 재난서사를 젠더링하며, 개발주의와 구조조정의 역사 속에서 여성 노동이 어떻게 취약성의 자리에 놓였는지를 비판적으로 검토했습니다. 이태준 연구자는 삼풍 유가족 운동의 궤적을 따라가며, 애도의 형식과 기억의 재현이 젠더화된 정치적 맥락 속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를 추적했습니다. 김민영 연구원은 재난피해자운동에서 관계망과 감정적 유대, 성취감이 활동 지속성에 미치는 조건을 분석하며, 재난 이후의 돌봄과 연대가 어떻게 젠더적 노동을 기반으로 유지되어 왔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박한나 연구원은 기후위기 대응 정책 속에서 기후취약계층의 정의로운 참여 방안을 모색하며, 형식적 참여를 넘어 ‘결정 과정의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적 전환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서로 다른 사건과 접근이 만났지만, 결론은 닿아 있었습니다. 재난의 언어는 결코 중립적이지 않으며, 애도의 자리는 권력과 배제의 지형 속에서 끊임없이 재조정된다는 사실입니다.

 



 


  세션 2 ‘이태원참사특별법 너머의 기억과 애도’에서는 제도를 넘어서는 감정과 서사, 그리고 연구 윤리를 중심으로 이태원을 기억하는 호박랜턴 활동가 정윤호 님의 사회와 함께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박상현 연구자는 ‘국가 애도 기간’이라는 제도가 슬픔의 시간을 어떻게 규정하고 통제하는지를 짚으며, 애도가 공적 절차 속에서 표준화될 때 발생하는 배제와 침묵의 문제를 비판적으로 성찰했습니다. 윤보영 연구자는 미술치료 과정을 통해 유가족의 애도 서사가 어떻게 그림으로 쌓여가며, 말해지지 못한 고통과 슬픔의 고유성이 예술의 언어로 어떻게 생명력을 얻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이영주 연구자는 이태원참사 이후 장기 종단 인터뷰를 통해 드러난 미디어 피해경험의 층위를 분석하며, 피해자의 시간이 언론의 시간과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세밀하게 공유했습니다. 이상민 활동가는 현장에서의 실천과 연대가 기억을 ‘기념’이 아닌 ‘현재의 행위’로 되살리는 과정을 증언했습니다.

  서로 다른 위치에서 출발한 이들의 논의는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였습니다. ‘제도화된 법과 절차가 닿지 못하는 슬픔의 영역을 우리는 어떻게 함께 감당하고 기록할 것인가?’ 이번 세션은 그 물음을 각자의 언어로 응답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포럼은 단순한 연구 성과의 자리를 넘어, 연구자와 실천가, 그리고 재난피해자가 같은 문장 위에서 서로의 언어를 확인한 시간이었습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한자리에 놓였지만, 그 안에는 공통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제도 밖의 고통을 사회의 언어로 말할 수 있을까.’ 우리는 ‘제도화되지 않는 애도와 치유’가 법제화 이상의 언어로 사회에 말을 건넨다는 사실을 배웠습니다. 그것은 제도의 바깥에서 무언가를 부정하려는 몸짓이 아니라, 제도조차 품지 못한 슬픔을 세상에 알리고 변화의 방향을 제시하려는 외침이었습니다.

  기억과 애도가 사적인 감정으로만 남지 않기 위해, 연구는 더 천천히 듣고 더 정확히 기록해야 하며, 실천은 그 기록을 안전과 권리의 변화로 이어가야 합니다. 재난 이후의 시간은 숫자와 통계로 닫히지 않습니다. 오늘의 논의가 유가족과 피해자들이 오래도록 요구해온 존엄의 기준을 사회가 실제로 채택하는데, 작은 디딤돌이 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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