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인현동 화재참사, 고(故) 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촉구하다

2025-08-11

인천 인현동 화재참사 26년, 아직 끝나지 않은 싸움


2025년 7월 21일 15시, 인천시 동구 의회 회의실에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습니다.
센터의 제안으로 만들어진 이 자리는 고 이지혜 학생 문제해결을 위한 간담회로 기획되었습니다. 유가족을 비롯해 긴 시간 동안 인현동 화재참사 문제해결을 위해 애써온 정예지 인천 동구 구의원, 이순민 인천일보 기자, 인현동 화재참사 백서팀, 그리고 센터 활동가 등 10여명이 둘러 앉아 각자의 구상과 계획 고민들을 나누었습니다.
0e13517d02de0.png그리고 그 고민의 끝에서 '고 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행동에 나서기를 결정했습니다.
그 첫걸음이 이지혜학생을 피해자에서 제외한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제정'을 요청하는 인천시 인권위원회 진정과 기자회견이었습니다.


<고(故) 이지혜 학생 명예회복을 위한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개정> 촉구 기자회견

2025년 8월 7일 오전 11시, 인천시청 앞에는 여름 햇빛보다 뜨거운 목소리가 울려 퍼졌습니다. 인천 인현동 화재참사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과 시민사회가 모여, 26년째 이어지는 차별적 보상 조례의 개정을 촉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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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0월 30일, 인천 인현동 상가 화재로 57명이 목숨을 잃고 80여 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그 중 고(故) 이지혜 학생은 고등학생 신분으로 참사 당일 일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화마에 휩싸였습니다. 그러나 「인천광역시 중구 인현동 화재사고 관련 보상 조례」 제3조의 ‘그 종업원’이라는 단어 하나로, 그는 보상 대상에서 제외됐습니다. 이 조항은 화재 책임이 있는 종업원과 단순히 피해를 입은 종업원을 구분하지 않은 채 일괄적으로 배제함으로써, 피해자를 가해자로 둔갑시키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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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발언에 나선 고(故) 이지혜 학생  어머니 김영순 님의 목소리는 떨렸지만 단호했습니다. 어머니는 "26년 동안 제 딸은 피해자가 아니라 가해자로 기록되어 있었습니다"라며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돈을 원하지 않습니다. 제가 원하는 건 단 하나, 우리 딸이 피해자였다는 사실을 모두가 인정해주는 것입니다. 아이가 억울한 누명을 쓴 채로 세상을 떠났는데, 법이 그 억울함을 지워주기는커녕 되레 고착시켰습니다. ‘그 종업원’이라는 조항을 그대로 두는 것은 또 다른 피해자를 만드는 길입니다." 어머니의 목소리에는 26년간의 싸움과 외로움이 묻어 있었습니다.


인천 인현동화재참사 유가족협의회 회장 이재원 님은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날카롭게 지적했습니다. 이재원 님은 "고등학생이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했다는 이유로 피해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현실이 어디에 있습니까"라고 반문하며, "재난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고, 피해자 권리는 그 누구도 차별 없이 보장받아야 합니다. 인천시는 이번 일을 계기로 ‘재난피해자 권리보장 조례’를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촉구했습니다.


당시 희생 학생의 담임교사였던 하인호 님은 교육자의 시선에서 참사를 바라봤습니다. 그는 "아이들은 잘못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이 조례는 잘못이 없는 학생을 마치 책임 있는 사람처럼 취급합니다. 이건 단순히 행정 착오가 아니라, 인권 침해입니다. 26년 동안 피해자를 비난하고 배제하는 2차 가해가 이어졌습니다. 교육자로서, 어른으로서 부끄럽습니다"라며 울분을 터뜨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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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예지 인천 부평구의원은 구체적 개정안을 제시했습니다. "조례의 '그 종업원'을 제외하거나 '화재사고에 책임이 있는 종업원으로 제한' 하는 등 문구를 바꾸는 것은 최소한의 행정 정의이며", "이는 한 사람의 명예가 회복되고,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인천시가 결단해야 할 문제입니다." 라며,  법과 제도의 문구가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명히 보여주었습니다.


연대 발언에 나선 장시정·이미리 님은 "참사는 결코 우연히 일어나지 않습니다. 안전보다 이윤을 우선하는 구조, 피해자를 차별하는 제도가 합쳐져 참사를 되풀이합니다. 차별적 조항을 삭제하는 것은 시작일 뿐입니다. 우리는 기억하고, 제도를 바꾸고, 다음 세대에게 부끄럽지 않은 사회를 물려주어야 합니다."라며 참사의 구조적 책임을 묻는 사회적 요구를 말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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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직후,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인천시인권위원회에 진정서를 제출했습니다. 진정서에는 헌법 제11조가 보장하는 평등권 침해, 가해 종업원과 피해 종업원을 구분하지 않은 조항의 부당성, 그리고 ‘책임 있는 종업원’으로 한정한 개정 요구가 담겼다. 이 조례가 고 이지혜 학생처럼 단 한 명의 피해자를 배제한 구체적 사례와 함께, 다시는 같은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시정 요구가 명확히 기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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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이후, 유가족과 시민사회는 중구 의회로 자리를 옮겨,  정동준 부의장을 만나 조례 개정 관련한 간담회를 진행하였습니다. 부의장은 관련 조례 개정에 대한 내용에 공감하며 관련 조례 개정을 약속하였습니다. 


이번 기자회견은 한 명의 억울함을 푸는 자리를 넘어, 재난 피해자라면 누구나 신분과 조건에 관계없이 동일한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장이었습니다. “26년 전 아이들은 죄가 없었다. 지금도, 앞으로도 마찬가지다”라는 말이 현장을 울렸고, 그 울림은 곧 다짐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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