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나의 또 다른 전부인 ‘너’를 위한 책 「무릎딱지」 “너의 마음은 어때?” -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신애진님의 엄마, 김남희

2025-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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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또 다른 전부인 ‘너’를 위한 책 「무릎딱지」

“너의 마음은 어때?”



애진이를 잃고 제 전부가 사라진 듯했습니다. 팔다리는 있는데 심장이 뻥 뚫린 느낌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재원이가 우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저에게 또 다른 나의 전부가 있다는 걸. 애진이가 사랑한 동생, 재원이입니다. 그때부터 저는 재원이를 ‘나의 또 다른 전부’라 이야기합니다. 참사의 유가족들에게 남은 가족은 서로에게 또 다른 전부이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자녀를 먼저 보낸 부모 앞에서 슬픔을 내색하지 못하고, 부모 마음을 살피느라 본인의 마음을 숨겨야 했던 아이. 동기를 잃고 외동이 되어버린 재원이는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까요. 저는 이제야 재원이의 마음을 물어봅니다.

 

“재원아, 얼마나 힘드니? 지금 너의 마음은 어때?”

 

참사로 누군가는 자녀를 잃었고, 누군가는 부모를 잃었고, 누군가는 사랑하는 형제자매를 잃었습니다.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우리는 새로운 가족관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서로의 마음을 들여다보고, 위로하고, 손잡아 주고, 슬픔을 함께 공유하며 서로에게 힘이 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서로의 아픔을 바라보며 이야기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한 일입니다. 참 어렵습니다. 우연히 찾은 「무릎딱지」라는 동화를 보고 참 많이 울었습니다. 「무릎딱지」는 가족을 상실한 작은 꼬마의 분노, 슬픔과 아픔, 치유와 그리움이 담긴 짧은 동화입니다. 짧은 이야기 속에 제가 미처 몰랐던 우리 재원이 마음이 담겨있었습니다.

 

형제자매를 잃은 자녀의 마음을 알고 싶다면, 「무릎딱지」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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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마는 자기를 이 세상에 남겨두고 죽어버린 엄마에게 화가 났습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 화가 납니다. 집안 가득한 엄마의 냄새가 사라질까 두려워 더운 한여름에도 모든 문을 꼭꼭 닫아 두었습니다. 넘어져 무릎에 생긴 상처가 아플 때마다 엄마 목소리가 들려옵니다. 상처가 아물어 딱지가 앉으면 손톱으로 딱지를 뜯어냅니다. 상처가 다시 생겨 피가 또 나면 아파서 찔끔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엄마 목소리를 다시 들을 수 있으니 괜찮습니다. 그러면 덜 슬프니까...

 

힘들어하는 아빠를 보며 생각합니다. “그래도 내가 있어 다행이야. 걱정 마, 아빠. 내가 잘 돌봐줄게” 하지만 가여운 아빠를 어떻게 돌봐야 할지 모릅니다. 그리고 자꾸 우는 아빠가 보기 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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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하는 아빠를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는 꼬마의 마음, 아빠를 돌보기 위해 자신의 마음을 숨기는 꼬마의 마음, 엄마에 대한 그리움으로 딱지를 떼어 상처를 만들고 있는 꼬마의 마음은 우리 재원이의 마음이었습니다.

 

형제자매를 잃었거나. 부모를 잃어 아파하는 아이가 있다면 「무릎딱지」 동화책을 함께 읽으며 말을 건네보는 게 어떨까요?

 

“엄마 우는 모습을 볼 때 너는 마음은 어땠니?”

“화가 났구나. 화날 수 있어. 그럴 수 있어.”

“원망하는 마음이 들 만큼 많이 힘들었구나. 그럴 수 있어.”

 


 함께 읽어보면 좋은 동화 

짧은 글과 그림으로 이루어진 동화는 직관적으로 나의 마음과 감정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무릎딱지」와 함께 읽었던 동화책 몇 권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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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

「내가 가장 슬플 때」 마아클 로젠 글, 퀜틴 블레이크 그림,  김기택 옮김, 비룡소

마이클 로젠은 아들을 잃었습니다. 아이를 잃고 느낄 수 있는 부모의 모든 감정을 이 책에 글과 그림으로 담았습니다. 살아가는 동안 매 순간 아들을 떠올리는 모습이 나를 닮았습니다. 슬픔이 어떤 모습이든 잘못된 모습은 없습니다. 작가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을 보았고, 자식을 상실한 모든 부모의 마음을 보았습니다.

 

📚공감과 연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을 때

「곰과 작은 새」 유모토 가즈미 글, 사카이 고마코 그림, 고향옥 옮김, 웅진 주니어

한빛 엄마 김혜영님이 선물해 주신 책입니다. 사랑했던 작은 새를 잃고 슬퍼하는 곰에게 많은 친구들은 이제 그만 잊으라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들고양이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넌 이 작은 새랑 몹시 친했구나. 작은 새가 죽어서 몹시 외로웠지?” 공감은 슬픈 마음을 알아주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받아주는 것입니다. 곰의 마음을 알아준 들고양이의 말에 한없이 울었습니다. 김혜영 선생님 감사합니다.

 

📚죽음에 대해 ‘또 다른 나의 전부’와 이야기해야 한다면

「이게 정말 천국일까?」 요시타케 신스케 글․그림, 고양옥 옮김, 주니어 감영사

자녀를 상실한 부모에게 죽음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하지만, 형제자매는 부모와 다를 수 있습니다. 특히, 참사로 하루아침에 가족을 잃은 아이에게는 죽음이 벼락처럼 느껴져, 더 두려울 수 있습니다. 이 책은 할아버지가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을 유머와 따뜻함으로 유쾌하게 풀어 놓은 책입니다. 할아버지가 쓴 ‘천국에서 뭐 할까?’ 노트를 따라가다 보면 나도 모르게 미소가 올라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죽음에 대하여 조금은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을 겁니다.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신애진님의 엄마 김남희



● 이달의 책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책'은 재난참사피해자가 또 다른 재난참사피해자에게 건네는 책으로써의 위로이자, 읽고 쓰기를 혼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상실 이후를 함께 나누는 장이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회복 불가능한 시간을 책으로 겪어내는 이들에게 이달의 책이 잠시라도 숨 쉴 구멍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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