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떠난 이에게 묻는 안부이자 힘이 되어 달라는 간곡한 기도, 노래
참사 직후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집안에서 사라진 소리였다. 딸이 넷이나 되었지만 아이들이 조용한 편이어서 집에서 큰 소리 날일이 별로 없었다. 다만 유일하게 예은이의 이야기 소리와 노랫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집에 오자마자 좋아하는 과일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운동을 하고 씻으면서 쉬지 않고 노래를 했다.
중2가 되었을 때 예은이의 쌍둥이 언니가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진로 탐색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학원을 등록 시켜주었다. 평소 뭘 해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는 예은이에게 ‘너도 배우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라고 이야기했더니 보컬학원에 등록시켜달라고 했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닌데’라는 생각과 ‘가수가 되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갖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몇 번을 반대하다가 학원 등록을 시켜주었다.

이후 아이는 학교에서 노래 관련 상장을 계속 받아오고, 학원추천으로 SBS 청소년 다큐에 출현까지 했다. 예고 입학은 실패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뮤지컬학원에 다녔고, 2014년 2월에 생애 첫 프로필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해 4월 16일 세월호참사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렇게 찍고 싶어 했던 프로필사진은 아이의 영정 사진이 되었다.
그 후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집회 현장에서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예은이에게서 노래라는 꿈을 빼앗은 참사가 너무 싫었고, 예은이의 꿈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인 내가 너무 싫었다. 그런 내가 416합창단 단원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마음은 무겁고 눈물이 나왔다. 몇 년을 잔뜩 경직된 몸과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노래를 좋아하던 딸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엄마들은 노래를 한다. 내내 눈물이 전부인 노래를 끝내 뱉는다. 한계가 없는 사람들의 소리는 이런 것인가 싶다. 노래는 떠난 아이에게 묻는 여전히 낯선 안부 인사이고, 힘이 되어 달라는 간곡한 기도이다. 또 어떤 날은 뒤늦게 아이의 마음을 듣게 되는 마법이기도 했다가 묵직한 혼잣말이기도 하다.” (66쪽 박미리님의 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특히 4.16 유가족이나 다른 참사 가족 또는 거리의 투쟁 현장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더 정성껏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노래는 나 자신을 향한 다짐이자 그들에게 건네는 희망이었다.
“노래는 분노를 대신하기도 했다. 마른 나뭇잎처럼 거리 한 귀퉁이에 나뒹굴어야 했던 외로움을 꾹꾹 다독이는 힘이었다. 희망의 끝자락을 단단히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방식이기도 했다.”(95쪽 류형선님의 글)

‘부모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 말을 예전에는 평생 기억하며 산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런데 아이를 보내고 보니 정말 내 아이의 무덤은 내 가슴에 내 심장 위에 얹혀 있었다. 그 무게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막막했다. 하지만 아이를 대신해서, 좋은 벗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그들과 함께 이전과 다른 세상을 꿈꾸며 살다 보니, 아이는 어느새 내 옆에서 나를 다독이며 함께 애를 쓰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노래는 힘들지만, 뒤늦게 아이의 마음을 알게 해주는 마법 하나를 갖게 된 건 다행이다. 모든 유가족이 유가족다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운 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찾는 여정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박은희.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단원고 2학년3반 유예은님의 엄마
4.16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며 예은이가 노래를 좋아한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는 부족한 엄마,
기억이라면 그리스도인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2015년부터 지금까지
4.16 예배와 기도회를 끈질기게 쉬지 않고 이어온 4.16예배팀의 한 사람.
📸사진 설명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사진1. 2011년 SBS 청소년 다큐프로그램 "내 마음의 크레파스" 출현영상 사진
사진2. 영정사진이 된 생애 첫 프로필 사진
사진3. 2025년10월25일 416합창단 별들의 노래일지 -안산편-
📚 이달의 책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책'은 재난참사피해자가 또 다른 재난참사피해자에게 건네는 책으로써의 위로이자, 읽고 쓰기를 혼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상실 이후를 함께 나누는 장이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회복 불가능한 시간을 책으로 겪어내는 이들에게 이달의 책이 잠시라도 숨 쉴 구멍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
떠난 이에게 묻는 안부이자 힘이 되어 달라는 간곡한 기도, 노래
참사 직후 가장 힘든 일 중 하나가 집안에서 사라진 소리였다. 딸이 넷이나 되었지만 아이들이 조용한 편이어서 집에서 큰 소리 날일이 별로 없었다. 다만 유일하게 예은이의 이야기 소리와 노랫소리는 그칠 줄 몰랐다. 집에 오자마자 좋아하는 과일을 먹으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쉴 새 없이 이야기하고, 운동을 하고 씻으면서 쉬지 않고 노래를 했다.
중2가 되었을 때 예은이의 쌍둥이 언니가 제과제빵을 배우고 싶다고 해서 진로 탐색의 기회가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학원을 등록 시켜주었다. 평소 뭘 해달라고 조르는 법이 없는 예은이에게 ‘너도 배우고 싶은 거 있으면 말해봐’라고 이야기했더니 보컬학원에 등록시켜달라고 했다. ‘노래를 좋아하지만 아주 잘하는 편은 아닌데’라는 생각과 ‘가수가 되고 싶다는 허황된 꿈을 갖는 건 아니겠지?’라는 생각으로 몇 번을 반대하다가 학원 등록을 시켜주었다.
이후 아이는 학교에서 노래 관련 상장을 계속 받아오고, 학원추천으로 SBS 청소년 다큐에 출현까지 했다. 예고 입학은 실패했지만, 고등학교 1학년 2학기 때부터 뮤지컬학원에 다녔고, 2014년 2월에 생애 첫 프로필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그해 4월 16일 세월호참사의 희생자가 되었다. 그렇게 찍고 싶어 했던 프로필사진은 아이의 영정 사진이 되었다.
그 후 노래를 듣거나 부르는 것이 너무 괴로웠다. 집회 현장에서 가수들의 노래를 들을 때마다 예은이에게서 노래라는 꿈을 빼앗은 참사가 너무 싫었고, 예은이의 꿈을 지켜주지 못한 엄마인 내가 너무 싫었다. 그런 내가 416합창단 단원이 되어 노래를 부르고 있다.
어떤 노래를 불러도 마음은 무겁고 눈물이 나왔다. 몇 년을 잔뜩 경직된 몸과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노래를 좋아하던 딸아이의 마음을 조금씩 알아가게 되었다.
“엄마들은 노래를 한다. 내내 눈물이 전부인 노래를 끝내 뱉는다. 한계가 없는 사람들의 소리는 이런 것인가 싶다. 노래는 떠난 아이에게 묻는 여전히 낯선 안부 인사이고, 힘이 되어 달라는 간곡한 기도이다. 또 어떤 날은 뒤늦게 아이의 마음을 듣게 되는 마법이기도 했다가 묵직한 혼잣말이기도 하다.” (66쪽 박미리님의 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지만, 특히 4.16 유가족이나 다른 참사 가족 또는 거리의 투쟁 현장에서 노래를 부를 때는 더 정성껏 노래를 불렀다. 그때의 노래는 나 자신을 향한 다짐이자 그들에게 건네는 희망이었다.
“노래는 분노를 대신하기도 했다. 마른 나뭇잎처럼 거리 한 귀퉁이에 나뒹굴어야 했던 외로움을 꾹꾹 다독이는 힘이었다. 희망의 끝자락을 단단히 거머쥐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방식이기도 했다.”(95쪽 류형선님의 글)
‘부모는 죽은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산다’는 말을 예전에는 평생 기억하며 산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런데 아이를 보내고 보니 정말 내 아이의 무덤은 내 가슴에 내 심장 위에 얹혀 있었다. 그 무게를 평생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 막막했다. 하지만 아이를 대신해서, 좋은 벗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노래하고, 그들과 함께 이전과 다른 세상을 꿈꾸며 살다 보니, 아이는 어느새 내 옆에서 나를 다독이며 함께 애를 쓰고 있었다.
물론 아직도 노래는 힘들지만, 뒤늦게 아이의 마음을 알게 해주는 마법 하나를 갖게 된 건 다행이다. 모든 유가족이 유가족다움에 갇히지 않고 다양한 방법으로 그리운 이를 만났으면 좋겠다. 그 방법을 찾는 여정에 이 책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 박은희.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단원고 2학년3반 유예은님의 엄마
4.16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며 예은이가 노래를 좋아한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는 부족한 엄마,
기억이라면 그리스도인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2015년부터 지금까지
4.16 예배와 기도회를 끈질기게 쉬지 않고 이어온 4.16예배팀의 한 사람.
📸사진 설명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사진1. 2011년 SBS 청소년 다큐프로그램 "내 마음의 크레파스" 출현영상 사진
사진2. 영정사진이 된 생애 첫 프로필 사진
사진3. 2025년10월25일 416합창단 별들의 노래일지 -안산편-
📚 이달의 책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책'은 재난참사피해자가 또 다른 재난참사피해자에게 건네는 책으로써의 위로이자, 읽고 쓰기를 혼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상실 이후를 함께 나누는 장이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회복 불가능한 시간을 책으로 겪어내는 이들에게 이달의 책이 잠시라도 숨 쉴 구멍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