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유가족협의회가 만들어지고, 민변의 기자회견이 나오고, 희생자의 이름이 세상에 불리면서 애진이가 왜 우리 곁에 떠나게 되었을까? 왜? 라는 의문이 뒤늦게 찾아왔습니다. 왜 애진이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이 세상과 작별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애진이가 떠난 후, 100일이 다 되어서야 겨우 들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재난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법과 국회에 대해 알아야 했고, 국민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않은 정부와 국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연대에 대한 이해도 새롭게 배워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왜 사회적 재난일까? 나는 피해자인가? 구조적 문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왜 기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지? 수 많은 질문이 피어오를 때,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라는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제가 품은 의문과 질문을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답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재난의 정의를 이해하게 되었고, 재난의 다양한 얼굴과 재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규명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왜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막연히 떠돌던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상해와 죽음 사이에는 절대적 차이가 있지요. 상해는 원상회복의 가능성을 남겨 놓지만, 죽음은 원상회복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원상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고, 상처의 치유를 가져다 주는 망각이 허락되지 않는 사고, 그것을 우리는 재난이라 부릅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에서-
재난에 대한 정의는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다양한 정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상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고가 재난이다’라는 말은 유가족인 저에게 그 어떠한 재난의 정의보다 명징하게 다가왔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되돌릴 수 없고, 애진이도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너무나 가슴 아팠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었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에서 외쳤던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는 저에게 무엇보다도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애진이가 내 기억에서, 애진이 친구들의 기억에서 사라질까 두려웠던 저에게 참으로 든든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감사는 엄마로서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미처 ‘각인된 기억’이 가진 사회적 의미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를 통해 알았습니다. 비슷한 재난들이 반복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기억’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느낌으로만 알던 ‘기억’의 의미를 책을 통해 또렷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각인된 깊은 기억이 책임지지 않는 행위자를 향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책임지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의 힘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깊은 기억은 어설프게 재난을 조사한 후 묻어버리지 않겠다는, 재난에 대한 성찰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작가인 엘리 위젤은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식 연설에서 우리가 과거의 재난을 망각한다면 우리 역시 유죄이고, 재난의 공범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각을 강요하는 반격에 맞서 기억으로 저항하는 것입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에서-

저자는 우리가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빛이 기억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재난 이후 기억의 힘을 관리하는 사람이 우리 모두라고 생각하신다면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재난의 이야기를, 불편함에 매이지 않고 잔잔한 강물처럼 유연히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참사를 떠올릴 때마다 스며드는 막연한 불편함, 그 속에서 흔들리던 정의와 책임의 그림자, 그리고 기억과 연대의 흐릿한 울림들이 하나의 길로 모여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연대는 단순히 슬픔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정의를 세우는 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저는 희망 하나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기억의 힘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 기억을 통해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애진이가 그렇게 우리 곁에서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아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불씨가 되길 소망합니다. 사회적 참사로, 재난 및 노동 현장에서 희생된 이들이 지펴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일, 그것이 곧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차분히 깨닫습니다.
●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신애진님의 엄마 김남희
*사진 소개
대학로에서는 11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리본 나눔을 하는 ‘마로니에 촛불’이 있습니다. 작고 가벼운 리본 하나에 깊은 마음과 기억을 담아 시민들에게 리본을 나누어 줍니다. 사회적 참사로, 재난 및 노동 현장에서 희생된 이들이 지펴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마로니에 촛불’에 감사 드립니다.
● 이달의 책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책'은 재난참사피해자가 또 다른 재난참사피해자에게 건네는 책으로써의 위로이자, 읽고 쓰기를 혼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상실 이후를 함께 나누는 장이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회복 불가능한 시간을 책으로 겪어내는 이들에게 이달의 책이 잠시라도 숨 쉴 구멍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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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 불씨는 꺼지지 않는다
유가족협의회가 만들어지고, 민변의 기자회견이 나오고, 희생자의 이름이 세상에 불리면서 애진이가 왜 우리 곁에 떠나게 되었을까? 왜? 라는 의문이 뒤늦게 찾아왔습니다. 왜 애진이가 아무런 잘못도 없이 이 세상과 작별을 하게 되었는지 이유를 알아야겠다는 생각이 애진이가 떠난 후, 100일이 다 되어서야 겨우 들었습니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서는 재난이 무엇인지 알아야 했습니다. 법과 국회에 대해 알아야 했고, 국민의 생명조차 지켜주지 않은 정부와 국가에 대한 정의를 다시 내려야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사회와 함께하는 연대에 대한 이해도 새롭게 배워야 했습니다. 이태원 참사가 왜 사회적 재난일까? 나는 피해자인가? 구조적 문제라는 것은 무엇일까? 왜 기억을 해야 하는 것일까? 사회적 책임은 무엇이지? 수 많은 질문이 피어오를 때,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라는 한 권의 책을 만났습니다. 이 책은 제가 품은 의문과 질문을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답해 주었습니다.
저는 이 책을 통해 재난의 정의를 이해하게 되었고, 재난의 다양한 얼굴과 재난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규명해야 하는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되었고, 왜 참사를 기억해야 하는지 막연히 떠돌던 생각들을 차분히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상해와 죽음 사이에는 절대적 차이가 있지요. 상해는 원상회복의 가능성을 남겨 놓지만, 죽음은 원상회복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원상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고, 상처의 치유를 가져다 주는 망각이 허락되지 않는 사고, 그것을 우리는 재난이라 부릅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에서-
재난에 대한 정의는 관점에 따라 조금씩 다른 다양한 정의가 있습니다. 하지만, ‘원상회복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한 사고가 재난이다’라는 말은 유가족인 저에게 그 어떠한 재난의 정의보다 명징하게 다가왔습니다. 10.29 이태원 참사를 되돌릴 수 없고, 애진이도 다시 살아 돌아올 수 없었습니다. 원래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말이 너무나 가슴 아팠지만, 현실을 직시하게 해 주었습니다.
진상규명을 위한 집회에서 외쳤던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구호는 저에게 무엇보다도 따뜻한 말이었습니다. 애진이가 내 기억에서, 애진이 친구들의 기억에서 사라질까 두려웠던 저에게 참으로 든든한 약속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때의 감사는 엄마로서 개인적인 이유에서 비롯된 것이었습니다. 미처 ‘각인된 기억’이 가진 사회적 의미까지는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를 통해 알았습니다. 비슷한 재난들이 반복되는 것을 해결하기 위한 출발점이 ‘기억’이라는 것을. 막연하게 느낌으로만 알던 ‘기억’의 의미를 책을 통해 또렷하게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통해 각인된 깊은 기억이 책임지지 않는 행위자를 향한다는 것 그리고, 우리 모두가 책임지겠다는 사회적 약속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억의 힘은 재난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깊은 기억은 어설프게 재난을 조사한 후 묻어버리지 않겠다는, 재난에 대한 성찰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의지입니다.
홀로코스트의 생존자이자 작가인 엘리 위젤은 1986년 노벨 평화상 수상식 연설에서 우리가 과거의 재난을 망각한다면 우리 역시 유죄이고, 재난의 공범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간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망각을 강요하는 반격에 맞서 기억으로 저항하는 것입니다.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 에서-
저자는 우리가 재난을 되풀이하지 않을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빛이 기억에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이 책의 저자처럼 재난 이후 기억의 힘을 관리하는 사람이 우리 모두라고 생각하신다면 「왜 우리는 쉽게 잊고, 비슷한 일은 반복될까요?」를 읽어 보시기 바랍니다. 재난의 이야기를, 불편함에 매이지 않고 잔잔한 강물처럼 유연히 읽어 내려갈 수 있습니다. 참사를 떠올릴 때마다 스며드는 막연한 불편함, 그 속에서 흔들리던 정의와 책임의 그림자, 그리고 기억과 연대의 흐릿한 울림들이 하나의 길로 모여 차분히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기억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다시는 이와 같은 비극을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이며, 연대는 단순히 슬픔을 나누는 일이 아니라 정의를 세우는 힘이라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저는 희망 하나를 마음에 품었습니다. 우리 모두가 기억의 힘을 관리할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그 기억을 통해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하지 않도록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사람이 되기를. 애진이가 그렇게 우리 곁에서 떠난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아 사회를 바꾸어 나가는 불씨가 되길 소망합니다. 사회적 참사로, 재난 및 노동 현장에서 희생된 이들이 지펴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일, 그것이 곧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임을 차분히 깨닫습니다.
● 10.29이태원참사 희생자 신애진님의 엄마 김남희
*사진 소개
대학로에서는 11년 동안 매주 토요일마다 리본 나눔을 하는 ‘마로니에 촛불’이 있습니다. 작고 가벼운 리본 하나에 깊은 마음과 기억을 담아 시민들에게 리본을 나누어 줍니다. 사회적 참사로, 재난 및 노동 현장에서 희생된 이들이 지펴낸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켜내는 ‘마로니에 촛불’에 감사 드립니다.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책'은 재난참사피해자가 또 다른 재난참사피해자에게 건네는 책으로써의 위로이자, 읽고 쓰기를 혼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상실 이후를 함께 나누는 장이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회복 불가능한 시간을 책으로 겪어내는 이들에게 이달의 책이 잠시라도 숨 쉴 구멍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