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을지로 화재 피해자들과의 간담회

2025-06-26

 

6월 25일 저녁, 센터에는 5월 28일 발생한 서울 을지로 상가 화재 피해자분들이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이날 자리는 센터 홈페이지 <상담콜>을 통해 도움을 요청해온 을지로 상가 화재피해자들과 센터, 대한변협 생명안전존중 특별위원회 변호사 등 20명이 함께 모여 이야기 나누는 간담회로 기획됐습니다.

둘러앉은 15명의 피해자들은 48개 점포가 전소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피해자들은 여전히 행정 사각지대에 방치되고 있다는 호소를 쏟아냈습니다. 또한 피해자들은 "중구청에 가도 만나주지 않고 서로 떠넘기기만 한다"며 행정기관의 무책임한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것도 재난인가요?"

무엇이 가장 궁금하고, 답답햐나고 묻자, 을지로 상가 화재 피해자들의 입에서 터져 나온 첫 질문이었습니다.  
자신들의 사건을 어떻게 정의할지, 또는 사회적으로 정의되는지를 몰라 어디에 어떻게 문제를 제기해야 할지도 모르는 막막함이 한껏 베어있었습니다.

행정기관 '책임 떠넘기기'에 분노

한 피해자분은 "한 달이 지났는데 이게 재난인지도 모르겠다"며 "중구청에 가도 우리는 만나주지 않고 서로 떠넘기기만 한다"고 토로했습니다. 다른 피해자분 역시 "중구청은 시행사로, 시행사는 중구청으로 서로 떠넘긴다"며 "세금 한번 밀린 적 없이 꼬박꼬박 내왔는데 어떻게 이렇게 위급한 상황에 이렇게 우리를 무시하는지 화가 난다"고 분개해 했습니다.

특히 "중구청의 책임자는 나오지도 않고 말단 주무관만 우리를 만나는 상황"이라며 "재개발구역에서 화재가 났을 때 지원과 대책이 어떻게 되는지 알 수 없고, 어디 하소연할 곳도 없다"고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피해자들

많은 피해자분들이 화재로 인한 극심한 정신적 고통도 토로했습니다. 한 피해자분은 "트라우마로 하루에 한두 시간밖에 잠을 자지 못하고 있다"며 "내 물건이 타는데도 하나도 구하지 못하고 불이 나고 끄는 과정을 무기력하게 지켜봐야했다"고 말했습니다. "열 몇 시간 동안 불이 계속됐는데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이렇게 완진이 잘 안되는 상황이 이해가 안 된다"며 분노를 표하기도 하셨습니다.

 

보험처리·보상 문제도 산적

보험 처리와 보상 문제도 복잡한 양상을 보이고 있었습니다.
한 피해자분은 "우선 화재보험 처리라도 받아야 할 것 같은데, 화재 이전의 상황을 증명할 서류가 없다보니 얼마전 시행사에서 실시한 감정서류를 보내달라고 요청했는데 시행사에서 서류를 제공하지 않고 있어 애를 먹고 있다"며 울분을 표했습니다.

건물주와의 갈등도 심각한 상황이었습니다.
한 피해자분은 "건물이 전소됐는데 건물주가 원상복구를 하고 나가라고 한다"며 "이제 완전히 못 쓰는 건물인데 보증금을 안 돌려줄 것처럼 이야기했다"고 토로했습니다. 또 다른 피해자분 역시 "건물주가 영업은 물론, 불도 안 들어오고 전기도 안 들어오는데 월세를 달라고 한다"며 "지금 문도 못 열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해야하냐“고 분노와 서글픔을 토해냈습니다.

 


변호사들, "피해자들 권리 보장 위해 한 목소리 내야"

생명안전 특위 변호사들은 재난 인정 여부에 대해서는 "화재로 인한 다수 피해는 사회재난에 속하지만, 특정 지자체 힘만으로 극복하기 힘들 때 재난안전기본법이 적용된다"며 "중구청에 사회재난조례나 사회재난보험 적용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또한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져서 누구 책임인지가 나와야 한다"며 "감식 결과가 나오면 책임자가 나올 것이고, 이 책임자에게 화재에 따른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용하지 못하는 상가 및 건물에 대해서는 월세를 낼 필요가 없다는 법적 조언도 제시했습니다. 보증금도 원금 손실없이 당연히 돌려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임차인에게 있다는 설명도 빠지지 않았습니다.

 

단체 구성해 체계적 대응 방안 모색

더불어 "중구청과 시행사가 피해자들의 면담이나 꼭 필요한 요구에 응하지 않을 때 가장 효과적인 방식은 피해자분들이 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라면서 피해자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보다 체계적으로 대응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2시간에 걸친 간담회는 수많은 이야기들로 채워졌습니다. 상담콜로 상담을 접수하고 며칠간의 준비 과정을 거쳐 간담회 자리를 열면서 실제 어떤 도움을 드릴 수 있을까 막막했던 게 사실입니다. 피해자분들의 상황은 너무나 절박한데, 법과 제도, 그리고 행정은 피해자들에겐 너무 문턱이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돌아가시는 피해자분들 입에서 ”처음으로 속시원한 자리였다“라는 인사를 들으니 노심초사했던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습니다.


오늘 이 자리는, 다년간 수많은 재난현장에서 쌓아올린 경험과 법지식으로 의미있는 자리를 만들어주신 생명안전특위 변호사님들이 있어 가능한 자리였습니다. 변호사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센터는 조력자들과 함께 할 일을 찾아 묵묵히 나아가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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