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의 책]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단원고 2학년3반 유예은님의 엄마, 박은희

2025-05-30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습니다


2014년 봄, 꿈을 위해 하루하루를 바쁘게 살던 예은이를 잃고 나니 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었습니다. 믿었던 국가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의 마지막을 생각하면 피가 거꾸로 솟아 오르고,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가족들을 악마화하고 진실과 다른 정보를 쏟아내는 정부와 언론을 보며 우리도 아이들처럼 버려지고 고립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화가 나면서 무서웠습니다.


그런데 그때 수 많은 시민들이 찾아와 손을 잡아주었습니다. 이 세상이 무섭고 원망스러웠던 유가족들은 그들의 온기 덕분에 용기를 낼 수 있었습니다. 찾아온 이들 중에 멀리 밀양에서 오신 할머니들이 있었습니다. 조용히 손수 수놓은 소품들을 주고 가셨습니다. 그분들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한 것에 미안한 마음이 들어 책을 찾다가 『섬과 섬을 잇다』라는 책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는 밀양 송전탑을 비롯해 코오롱, 쌍용자동차, 현대차비정규직, 재능교육, 콜트·콜텍, 제주강정마을의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우리가 광화문에 단식 농성하러 가면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농성하고 계신 쌍용 자동차 노동자를 만날 수 있었고, 여의도에 노숙하러 갈 때는 콜트·콜텍 분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길에서 만나면 우리는 많은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아픔을 느끼며 힘을 주고 힘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크림색 바탕에 녹색 손글씨체로 크게 “섬과 섬을 잇다”라고 쓰인 책 제목. 글자 사이사이에 사람들 일러스트가 배치되어 있고, 각 인물 위에 “코오롱”, “현대차 비정규직”, “택배·물류”, “제주 강정마을” 등 다양한 사회현장을 나타내는 설명이 있다. 하단에는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 이야기”라는 문구와 함께 이경석, 이성로, 유승희 등 여러 필자 이름이 적혀 있다. 출판사는 한겨레출판.

책 『섬과 섬을 잇다』 이경석 등 저, 한겨레출판사(2014)



이 책의 부제는 ‘여전히 싸우고 있는 우리 이웃의 이야기’입니다. ‘여전히’ 라는 단어에서 긴 싸움의 고단함이 ‘이웃’이라는 단어에서 참사와 재난 피해자의 평범성이 느껴집니다. 서문에서 작가 이선옥 님은 말합니다.

 

"이들이 겪고 있는 큰 고통은 ‘외로움’입니다. 아무 일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바로 곁의 이웃조차 그 사실을 모른 채 싸우고 있는 작은 섬들"

 

억울한 죽음 뒤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문제가 거미줄처럼 얽혀있다는 것을 우리는 이제 압니다. 그래서 문제의 해결도 슬픔의 극복도, 결국 또 다른 외로움과의 ‘손잡음’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 보게 됩니다. 우리의 슬픔 뒤에 단단하게 자리 잡은 ‘외로움’은, 마지막 순간에 내 자녀가 느꼈을 외로움이자 살아남아서 지금을 살아가는 내 자신의 외로움인 것 같습니다. 섬과 섬을 잇듯 함께 한다면, 우리의 외로움도 저 곳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을 사랑하는 이들의 외로움도 조금은 덜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출판된 지 조금 오래된 책이지만 추천해봅니다. 그리고 섬과 섬을 잇기 위해 애쓰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의 활동에 응원을 보냅니다.

 




 박은희. (사)4.16세월호참사가족협의회 단원고 2학년3반 유예은님의 엄마. 

4.16합창단에서 노래를 부르며 예은이가 노래를 좋아한 이유를 조금씩 알아가는 부족한 엄마,
기억이라면 그리스도인이 제일이라는 생각에 2015년부터 지금까지 4.16 예배와 기도회를 끈질기게 쉬지 않고 이어온 4.16예배팀의 한 사람.



  이달의 책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이달의 책'은 재난참사피해자가 또 다른 재난참사피해자에게 건네는 책으로써의 위로이자, 읽고 쓰기를 혼자가 아닌 사회적으로 함께 함으로써 상실 이후를 함께 나누는 장이고자 합니다. 누군가를 떠나보내는 길 위에서, 회복 불가능한 시간을 책으로 겪어내는 이들에게 이달의 책이 잠시라도 숨 쉴 구멍이, 위로가 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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