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소식]산불재난 농업 피해대책 마련 토론회

2025-05-01

센터는 지난 3월 말부터 4월 말까지 한달 간 총 4차례에 걸쳐 이번 산불로 인해 피해를 입은 경북 안동, 의성, 청송, 영덕을 방문하고 피해 주민들을 만나왔습니다.

그리고 지난 4월 29일 센터는 국민과함께하는농민의길 및 신정훈·위성곤·한병도·이해식·임미애 국회의원과 공동 주최로  ‘산불재난 농업 피해대책 마련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토론회 소식을 <한국농정신문> 기사(바로 보기 클릭)로 전해드립니다.
(*당일 토론회 자료집과 영상은 자료실(바로 가기 클릭)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산불 이전의 삶, ‘피해자 중심' 대책으로만 가능하다

[한국농정신문 장수지‧김수나 기자]

출처 : 한국농정신문(http://www.ikpnews.net)

같은 날 경북도청과 안동시청 앞에서 동시다발적 농민총궐기와 시민대회가 열린 까닭에 이날 토론회엔 예상보다 적은 인원이 참석했지만 3시간여 동안 진행된 토론회는 밀도 높게 진행됐다.

토론회는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의 발제로 시작됐다. 이수미 소장은 기후변화로 대형산불 발생이 증가하는 추세며, 이로 인한 피해가 사회·경제적으로 어마어마하다고 강조했다. 이 소장은 “가장 최근 제6차 산림기본계획(2018년)이 수립됐고, 이상기후로 인한 산림재난이 상시·대형화됨에 따라 산림재난 통합 관리체계 구축을 위한 기본계획을 지난해 2월 변경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산불재난 대응 과정에서 볼 수 있듯이 한계점이 여전하다”며 “지난 1월 산림재난방지법이 제정됐고 해당 법률은 산림재난을 규정하고 원인 제공자에게 산불피해 복구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나 일부를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지만 산불 가해자 검거율은 2024년 기준 33.3%에 그치고 대형산불로 지역 주민이 입는 경제·사회적 피해는 공공 영역에서 대응해야 하는 부분이 큰 데다, 현행 산불 방지 주요 정책에 인명피해나 이재민 관련 내용이 부족한 만큼 더욱 촘촘한 위기관리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나아가 자연재해에 대한 대다수 정부·지자체 정책이 직접 지원보다 간접 지원 형식으로 이어진다며 당장의 생계를 이어가야 하는 이재민의 소득 활동 지속을 위한 관련 대책이 추가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히 이번 경북 산불 피해주민 대다수가 농촌지역에 사는 고령자인 점을 감안해 단순 주거시설 복구보단 장기적 전망에서 공동체가 유지될 수 있는 주거시설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 소장은 “현재 재난대책의 분명한 한계는 이재민을 더욱 서럽게 만든다는 것이다. 관심이 수그러지면 복구는 이재민의 몫이 되는 것도 문제”라며 “사회안전망을 강화할 수 있는 대책을 보완하고, 피해지역 주민과 농민의 열악한 상황을 알려내야 한다. 일각에선 농작물재해보험, 가축재해보험을 비롯해 화재보험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데 한계와 사각지대가 적지 않은 만큼 새 정부에선 실질적인 복구 지원책이 명시된 농업재해대책법이 통과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이수미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소장,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


‘피해자 중심' 지원 절실

이어 발제한 유해정 재난피해자권리센터장은 현재 산불재난 대책의 맹점을 복구 및 회복 절차가 피해 당사자 중심으로 진행되지 못하는 점이라고 짚었다. 유 센터장은 3월 말~4월 세 차례 경북 산불 현장을 찾아 피해 주민을 면담한 내용과 행정안전부 ‘2024년 재난피해 회복수준 실태조사’를 바탕으로 산불재난의 특성과 산불 피해 대책의 개선점을 설명했다.

먼저 실태조사 결과 산불재난은 다른 재난과 달리 주거·생계수단·가구소득·심리 모든 면에서 회복이 가장 더디고, 국가 기관의 재난 대응에 대한 불만족도도 가장 높다. 피해 회복이 유난히 더딘 이유를 유 센터장은 ‘주거 불안정’이라 짚었다. “집이 전소돼 다시 지어야 하는데, 현재의 복구 지원액(최대 3600만원)은 약 서너 평의 설계 비용밖에 되질 않는다. 이마저도 주택 크기에 따라 책정되는데 공시지가 등 현실적 기준으로 개선돼야 한다.”

더딘 회복은 심리적 어려움으로 이어진다. 실태조사에선 산불재난이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장애 △불안장애 영역에서 다른 재난보다 위험군이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유 센터장은 “피해지역 4곳(경북 안동·영덕·의성·청송)의 주민들이 하나같이 ‘여기엔 정부가 없다’고 말했다. 주거지를 잃고, 먹거리와 잠잘 곳을 걱정하고 교육과 건강이 위협받는 등 일상의 필수 조건이 와해된 상황은 생명과 안전의 권리, 경제적·사회적·정치적 권리 등 인권 전반이 침해받는 문제다”라며 “재난에서 무슨 인권인가란 반응도 있지만 그럼에도 우리의 조치는 인간의 존엄성, 삶의 행복 등 기본권을 보장하는 차원에서 마련돼야 하고, 우리 공동체는 재난 상황에서도 이를 포기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피해 주민들은 삶을 일궈온 역사와 미래를 꿈꿨던 기반을 상실한 만큼 이들의 피해를 경제적 수치로만 환산해선 안 되며, 피해자들이 정책의 수동적 대상자가 아닌 회복의 주체”로서 피해 복구와 회복 과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 센터장은 개선 과제로 먼저 △지원 규정 외 희생자 유가족과 부상자들의 상황 확인 및 피해 회복을 위한 조치 추진 △노인·아동·장애인·이주민 등 취약계층에 대한 면밀한 지원안 마련 △주거지원 현실화·피해지원 사각지대·이장(농촌마을 소통체계)에 대한 행정의 조력 및 중앙정부의 지자체 지원체계 마련 △지원 관련 재정과 성금의 투명한 운영 △피해자의 알 권리·정보접근권·참여권 보장을 제안했다. 중장기로는 행정 절차상 내용이 주를 이루는 현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을 개정하거나, 아예 재난 피해자의 권리와 지원·회복을 다루는 별도의 법률을 신설할 필요가 있으며 △성금 및 피해보상 중심의 언론 보도 및 사회 분위기 지양 △재난 피해 회복 관련 체계적·장기적 추적 조사 등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했다.


(왼쪽부터) 최기철 농민, 제갈원야 농민, 김창승 구례수해대책본부 상임대표, 김영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



산불 이후, 참혹한 현실 증언

윤석원 중앙대 명예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한 종합토론에선 피해 농민들의 절절한 증언과 피해 회복을 위한 전문가의 법제도 제안, 앞서 국가 책임의 수해 대책을 이끈 바 있는 구례수해대책본부 대표의 발언이 잇따랐다. 토론회 말미엔 농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이 정부 차원의 피해대책에 대해 설명했으며, 현장 참석자들의 의견 제시도 꽤 큰 비중을 차지했다.

먼저 경북 의성군 점곡면 농민 최기철씨는 참담한 현장 상황을 전했다. 최씨는 농촌에 대한 애착으로 17년 전 귀농했지만, 이번 산불로 지은 지 4년 된 집과 과수원(사과 1800평·자두 2500평), 창고를 비롯해 화물차와 농기계(SS기 2대·관리기 5대·예초기 4대 등) 모두를 잃었다. 최씨가 추산한 피해액은 약 5억원에 이르지만, 현재까지 지원은 경상북도가 지급한 화재피해 위로금 30만원이 전부다.

최씨는 “집을 짓고 밭을 마련하며 금융권 융자를 받을 때 그에 맞는 상환 계획을 세워 놨다. 하지만 기반 자체가 무너져 공허하고 답답하기만 하다”며 “이번 화재로 집과 창고 등 모든 것이 사라져 금융권에서 담보할 물권 자체가 없어졌다는 게 가장 막막하다.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돼 최대 2년 동안은 상환을 유예해 준다고 하는데 2년 뒤 당장 3억 넘는 돈을 금융기관에 갚아야 하는 처지”라고 밝혔다. 이어 “집이 전소된 농가에 한해 1억3000만원의 장기 융자를 내준다고 한다. 기존 빚까지 더하면 30년 넘게 빚만 갚아야 한다. 농민들은 최저임금이나 실업급여 등 법적 보장장치조차 없다. 농민들이 대형재해로 큰 피해를 입었을 때 일말의 보호라도 받을 수 있도록 이곳 국회에서 법적 근거를 마련해 주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집과 창고 전소, 과원 일부와 농업시설이 불탄 여성농민 제갈원야씨(경북 안동시)는 화재 당시 ‘참혹했던’ 기억을 전했다. 그는 “산불은 단순 재산 피해를 넘어 마을 주민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간 재앙이다. 40년간 가꿔온 모든 걸 잃고 숨 쉬는 것조차 불편할 만큼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이고 있다”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15평도 안 되는 복지관에서 여성 17명이 생활하는데 난방도 되지 않은 채 은박돗자리를 깔고 자고, 배급 도시락을 먹으며 밭과 복구 현장에서 일하고 있다. 언제까지 이렇게 버틸 수 있을지 불안하다”라며 “지금 손에 쥐어진 것은 잿더미뿐이다. 당국은 보상 일정을 명확하게 제시하고, 피해자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신속하고 충분한 지원으로 국가의 국민 보호 의무를 다해 달라”고 호소했다.

치유의 핵심, ‘국가의 진정성'

2020년 섬진강댐 방류로 초대형 수해를 겪은 뒤 피해 주민의 지속적 투쟁 끝에 결국 환경분쟁조정으로 피해를 구제받은 구례군의 사례는 이번 산불재난에 시사점을 던졌다.

김창승 구례수해대책본부 상임대표는 관련 경험을 공유하며 △피해 주민의 결집 △민간 주도의 피해 조사와 피해 규모 확정이 중요함을 강조했다. 그는 “법은 신속한 구제로 피해 주민이 일상으로 돌아가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임에도 여전히 법 뒤에 숨어 책임을 모면하려는 국가에 분노감을 느낀다”라며 “재난의 아픔은 국가가 피해 회복에 대한 진정성을 보여줄 때 비로소 치유된다. 용기를 잃지 마시고 일상 회복에 최선을 다해 달라”고 위로했다.

하승수 공익법률센터 농본 대표(변호사)는 현행 산불 피해 대책의 문제점을 △산불 피해의 특성(대규모 피해, 장기간 지속)을 감안하지 않은 규정과 지침 △농업 피해에 대한 대책 미흡(총괄부처는 행정안전부, 농식품부 역할 불분명) △피해 지원금(중앙정부·지자체·각종 성금 등) 지급 시기의 불확실성 △농가 부채로 남을 간접지원(융자) 방식 △주거지원 기준의 불합리 △소상공인·세입자 등과 심리·재무상담 등 사각지대 존재라고 짚었다.

이에 하 대표는 산불예방을 다룬 법률(산림재난 방지법, 2026년 2월 시행)과는 별도의 피해 지원 법률이 필요하며, 산불 피해는 대형재난인 만큼 (가칭)산불 피해지원 특별법 제정이 시급하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 피해지역 면·시군 단위 대책위원회를 구성해 중앙정부에 당장의 요구를 관철함과 동시에 국회에 특별법 제정을 요구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장 발언 이후 김영수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정책과장은 “산불 피해로 고통받고 계신 많은 농민과 주민분들께 노력하고 있지만 만족할 만큼 충분한 보상대책이 마련되지 못한 점, 정부를 대표해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정부의 농업부문 피해대책을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현재 정부 대책은 △임대사업소를 통한 농기계 무상 임대 △농기계 점검 및 무상 수리 △피해지역 대상 최대 40% 농기계 할인 판매 △농기계구입자금 우선 지원(융자, 5500억원) △농작업 대행반 운영 △농협을 통한 비료·농약·비닐 등 할인 공급 등이다. 아울러 김 과장은 “재해복구비 지원단가 현실화와 보조율 인상, 특별 위로금 지원 등 피해농민 지원을 위한 행안부 등 관계기관과의 협의를 지속 추진 중인 만큼 영농 재개에 차질이 없도록 총력 지원을 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복구, ‘산불 이전의 삶'으로 되돌리는 것

역대급 피해 규모에도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은 정부 대책에 대해 현장 발언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피해 농민 최기철씨는 “피해 이전의 상태로 되돌리는 걸 복구라고 한다. 3월 25일 산불이 모든 것을 앗아가기 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사과농사 지으며 빚 갚는 농민이었다”라며 “대다수 피해 주민과 농민이 또 빚을 내 생활해야 하는 상황이란 걸 제발 인지하길 바란다. 살아 있을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이 아닌, 세밀하고 정확한 피해조사 결과에 기반한 실질적인 ‘복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영이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재난 상황에서 피해 주민과 농민이 직접 피해 구제를 신청해야 하는 신고주의의 한계를 지적했다. 정 회장은 대책과 혜택이 일부나마 마련돼 있어도 고령의 주민과 농민 중엔 글을 모르거나 인터넷이나 휴대폰 사용이 어려워 이를 놓치는 경우가 많다면서 소외받는 이가 없도록 다양한 노력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지연 전여농 사무총장은 “농업분야 피해지원은 단지 농민만을 위한 것이 아니며, 지역의 공동화를 막고, 농업 기반을 유지함으로써 국가 식량 문제까지 지켜내는 문제와 연결된다. 이는 결국 농사에 대한 의지가 있는 피해 농민들의 삶의 기반을 다시 살려내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강조했으며, 심상국 전농 경북도연맹 정책위원장은 “복구 대책 시행이 부서별로 나뉘어 있어 통합해서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산불로 인한 트라우마가 매우 심각한 만큼 정신적 피해에 대한 심리상담도 복구 대책 중 하나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또 금시면 전농 경북도연맹 사무처장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고 경험할 거라 상상조차 못했기에 모두가 넋이 나가 있었던 것 같다. 정신 차리려는 순간 때를 놓칠 수 없는 농사일을 해내려 들로 나가야 했고 어느 정도 정리되고 나니 이제야 살길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라며 “피해대책의 대원칙은 분명하다. 충분하고 실질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향후 행정과 치열하게 논의하고 투쟁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전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 끝까지 자리를 지킨 차규근 의원(조국혁신당)은 “산불이 재난을 넘어 재앙 수준으로 확대돼 어떻게 하면 이러한 재앙이 반복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우연히 토론회 일정을 알게 돼 오게 됐다. 여야가 최근 산불특별위원회 구성에 합의했고 산불특위 위원으로 참여하겠다고 신청해 뒀다”라며 “향후 산불특위 활동을 하게 된다면 오늘 나온 내용을 바탕으로 현장이 만족할 대안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좌장 윤석원 명예교수는 “중앙정부 대책은 보편적인데 반해 피해 주민의 상황은 개별적이고 구체적이다. 피해 농민과 주민들이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을 겪고 있는지 이번 토론회를 계기로 정부가 최대한 파악해 단계적이고 실질적인 대책을 수립하길 바란다”며 토론회를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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