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피해자권리센터 '우리함께' 기획전시
암흑을 직시하는 동시대인

기     간   2024.09.09. ~ 2024.10.04 

장     소   재난피해자권리센터 전시실

               서울 중구 창경궁로6, 부성빌딩 7층

관람시간  am11:00 - pm 6:00 
               10.01(화) 정상운영, 그외 주말 및 법정공휴일 쉼   
관람방법  별도 예약 없이 자유관람
주최주관  재난피해자권리센터
협       력  청강문화산업대학교 
지       원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문       의   02-2285-2014

2024년 상반기 청강문화산업대학교에서는 재난피해자권리센터와 함께 만든 '참사, 애도와 서사'라는 수업이 열렸습니다. 본 전시에서는 이 수업에서 재난피해자를 만난 일곱 청년 작가의 웹툰 및 일러스트레이션 작품을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나의 이름은? 


글. 엄기호


"우리는 모두 연결되어  있다.”  불과 얼마 전까지  이 말은 존재의  사회성을 강조하는 말이었다. 재난을 당하거나 피해를 본 사람들이 그저 남이 아니라 사실은 거미줄이 흔들릴 때 그 줄의 어 디에 있든 미세하게라도 같이 흔들리는 연결된 존재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한 말이었다. 다만 가 족이나 친구와 같이 그 연결이 강할 때는 ‘연결됨’을 느끼고 인지하고 행동하지만, 그 연결을 부 를 이름이 없을 때는 그렇지 못할 뿐이다.


그렇기에 ‘부를 이름’은 행동으로까지 이어지는 감각과 인지에서 매우 중요하다. 연결을 부를 이름이 없다면 흔들림은 그저 일회적인 것으로 스쳐 지나갈 뿐이다. 반대로 이름이 없는 상태에서 흔들림을 강력하게 느끼게 하는 사건이 발생한다면 우리는 그 이름을 찾으려고 한다. 연결된 존재의 이름을 찾으려고 하고 나아가 이 연결을 무엇으로 불러야 하는지, 그 이름을 찾으려고 한다. “너의 이름은?”


반대가 있다. 이 연결 때문에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는 사람들이다. 연결이 강할수록, 그리고 그 연결을 감지하게 하는 사건이 강력할수록, 나에게 너의 이름만 남고 나의 이름은 지워진다. 나는 너와 연결된 자로서만 존재할 수 있게 되고 그렇지 않으면 부도덕한 존재가 되어버린다. 모질게 도 너의 이름을 나의 삶에서 지워버리고 나의 삶만 살아가려고 하는 자로 말이다. 남에게만 그런 것이 아니다. 나의 양심에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도덕과 양심에 나는 더 이상 나로 살 수 없고 너를 품은 존재, 심지어는 나를 잃어버린 존재로만 살아야 한다.

사회는 그것이 유가족의 운명이라고 말한다.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선생님은 평생을 전태일의 어머니로 살았다. 그분 스스로가 너무나 훌륭한 노동운동가였지만 그의 모든 노동 운동에 대한 헌신은 아들이 전태일이었기에 가능했던 것처럼 아들의 몫으로 돌려졌다. 이소선 선생님에 대한 호칭도 어머니였다.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 박정기 선생님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분 역시 더 할 나위 없는 훌륭한 민주주의 투사였지만 그것은 아들 박종철에 대한 것으로 여겨지며 호칭은 아버지였다.


그렇기에 유가족에게는 두 가지의 상처가 있다. 너를 잃은 상처와 나를 잃은 상처. 너를 잃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나는 언제나 질문할 수밖에 없다. 너를 잃은 내가 아무렇지도 않게 일상을 살아가는 것은 가능한 일인가. 비단 밥을 먹으면 “아이고. 목숨이 조질지. 자식이 죽었는데도 저렇게 밥을 먹는 것을 보면 말이야.”라고 말하는 주변의 입방아 때문만은 아니다. 나 스스로가 그 렇게 느끼기 때문이다. 너를 잃은 나는 이 일상을 살 자격이 있는 것일까. 이 질문과 상처는 평생 사라지지 않는다. ‘너가 떨어진’/‘너를 떼어낸’(유가족에겐 이 둘이 동의어다) 자리에 뚫린 구멍은 평생 사라지지 않고 이 질문을 나에게 던진다.


이 질문은 결국 나를 잃는 상처를 만든다. 너를 떼어낸/너가 떨어진 나를 다른 누구도 아닌 내 양심이 허락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나는 나로 살아갈 수 없다. 나를 잊어야지만 내 양심이 나를 용서하고 받아들인다. 너를 품은 나로만 살아야 한다. 너를 나에게서 떼어낸 망치는 다시 너를 나에게 박는 망치이기도 하다. 평생 나는 나로 살아갈 수 없다. 너의 무엇으로 살아야 한다. 이것이 강하면 강할수록 나는 나를 잃어버린다.


그래서 어느 날 문득 깨닫게 된 재난과 참사에서 시공을 초월하여 연결된 너의 이름만 묻는 것이 아니다. 그 연결을 운명처럼 짊어지고 살아가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나의 이름을 묻게(이중적 의미에서, 땅에 묻어버려야 하다는 것과 그래서 홀로 물을 수밖에 없게 한다는) 한다. 연결/인연의 카르마가 해소되고 나면 망각할 수 있다. 그렇기에 이름도 망각할 수 있다. 그러다 카르마의 해소 이후 혹 스쳐 가는 만남에서 그 인연의 흔적을 희미하게 느끼게 되면 ‘너의 이름은’을 묻게 된다. 그러나 나의 죽음 이전에 결코 그 망각이 일어나지 않는 관계에서는 평생 나는 ‘나의 이름은’을 삼키며 살아간다. 


이 전시는 참사 이후 남은 이들이 어떻게 ‘나의 이름’을 삼키며 살아가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들이 자신의 이름을 삼킬 수 밖에 없는 것은 곁을 고립시키고 곁에 ‘너’에 대한 모든 책임과 의무를 떠넘기는 구조가 존재하지 않는 사회의 부재에 따른 결과이다. 전시에 오신 분들이 사회 없이 곁에 선 이들의 슬픔과 고통에 대해 생각하며 지금 우리가 만들어야하는 것은 ‘곁’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곁이 자신의 이름을 잃어버리지 않기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사회’라는 것을 생각해주시기를 청한다.

호밬

보고, 듣고, 느낀 이 감정을 어떻게 전달하면 좋을까라는 고민 끝에 만화를 그리게 된 호밬입니다.


정시현

쉽게 읽히고 쉽게 공감할 수 있는 만화를 그리고 싶습니다. 읽는 순간에는 술술 읽히고 덮은 다음부터 여러 생각이 떠오르는 만화가 되었으면 합니다.


오서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해서 세상이 다 좋아진 이야기.' 제가 제일 좋아하는 구절입니다. 그런 만화를 그리고 싶은 오서윤입니다.


안미르

용처럼 강단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 안미르입니다. 제 삶을 어떻게 발화할 수 있을지 항상 고민하며 살고 있습니다.


배종원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배우고 익히고 느낀 것을 만화로 전달하고 싶은 배종원입니다. 


땡글

다양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싶은 작가 땡글입니다. 평소에는 상업적인 이야기만 다루었는데, 좋은 기회로 이번 전시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다양한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보도록 노력하는 작가가 되고 싶습니다.


강예나

일기장 대신 만화를 그리고 있는 강예나입니다. 청강문화산업대학교를 졸업하고 웹툰과 만화를 그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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